(출처-조선일보 2014.09.02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오늘은 내가 15년간의 미국 유학생 및 연구원 생활을 접고 귀국해 서울대학교에 둥지를 틀고
교수 생활을 시작한 지 얼추 20년이 되는 날이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한 해가 1977년이니
학자의 길을 걸은 지 37년이 된다.
몇 년 전 독일 콘스탄츠대에서 수십년 동안 오로지 시클리드 물고기만 연구해온 친구가 내 연구실을
몇 년 전 독일 콘스탄츠대에서 수십년 동안 오로지 시클리드 물고기만 연구해온 친구가 내 연구실을
찾았다. 평생 이른바 한 우물만 파온 그는 어느덧 유럽 생물학계 거물이 되었다.
그의 성공을 바라보며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을 숨길 수 없었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행동생태학의 불모지인 이 땅에 돌아와 학생들의 다양한 학업 욕구를 무시한 채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행동생태학의 불모지인 이 땅에 돌아와 학생들의 다양한 학업 욕구를 무시한 채
나만의 연구 주제를 고집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 '나'를 버리고 거름이 되기로
작정했다.
박사 학위 과정에서는 민벌레나 개미 같은 곤충 사회를 연구했지만 교수가 된 이후에는 학생들과 함께 말벌·바퀴벌레·
귀뚜라미·거미·농게·망둑어·개구리·조랑말·까치 등을 연구하다 최근에는 영장류와 돌고래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동물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해왔다.
그러다 보니 내 연구논문 목록은 그야말로 산지사방 중구난방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학자 생활 37년 중 쥐의 난자를
키우며 발생 실험을 하던 서울대 대학원 시절과 알래스카 바닷새의 체외기생충 군집생태학을 연구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시절을 제외한 나머지 30여년 동안 내 연구의 키워드는 올곧게 '사회(society)'였다.
비록 연구 동물은 늘 달랐지만 나 역시 줄기차게 한 우물을 파온 생물학자였다.
사회란 한 종(species)으로만 이뤄진 집단을 일컫는다.
사회란 한 종(species)으로만 이뤄진 집단을 일컫는다.
사회 성원들은 일단 각자에게 득이 되기 때문에 모여들지만 함께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온갖 이해관계에 휘말리게 된다.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은 바로 이런 관계의 다이내믹스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과 사회과학도 결국 인간이라는 영장류의 사회와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내가 생물학에서 시작해 궁극적으로 통섭을 주창하기에 이른 데에는 다 그럴 만한 태생적 배경이 있었다.
<게시자 각주 - 1.사회(society) 2.사회생물학(Sociobiology) >
1. 사회(society)
일정한 경계가 설정된 영토에서 종교 ·가치관 ·규범 ·언어 ·문화 등을 상호 공유하고 특정한 제도와 조직을 형성하여
질서를 유지하고 성적 관계를 통하여 성원을 재생산하면서 존속하는 인간집단.
특수한 목적을 띤 비밀결사와 같은 소규모 집단으로부터 가족과 친족만으로 형성된 자연적 공동체,
다수 언어와 다수 인종으로 구성된 대규모 집단에 이르기까지 그 용례가 다양하다
2. 사회생물학(Sociobiology)
사회생물학은 생물 결정주의로서 사회제도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이다.
사회생물학은 인간의 사회행위의 생물학적 기반을 연구하면서 진화생물학의 이론 원리에 따라서
인간의 사회생활을 설명하고자 한다.
사회생물학의 목적은 사회문화 현상을 생물학적 차원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고전적 진화 이론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는 개체간의 번식 경쟁의 결과이다.
사회생물학의 주요 관심사는 개체들이 그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 개체 자체에게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가 유전적으로 진화하는 메카니즘을 밝히는데 있다.
예컨대 이타적 행위의 진화(evolution of altruistic behaviour) 등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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