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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08] '고품격' 복지와 웰빙

바람아님 2014. 9. 8. 19:30

(출처-조선일보 2013.04.08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지난 4월 2일 환경운동연합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아시아 최대 시민환경단체의 성년식에 함께한 윤성규 신임 환경부 장관은 축사에서 
"환경 복지는 고품격 복지"라는 참신한 정의를 내놓았다. 
정치권이 앞다퉈 복지를 떠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지에 관한 벼락공부의 흔적이 역력한데 
유독 환경부 장관의 학습 능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유엔은 코피 아난 사무총장 시절인 2001년부터 세계 95개국 생태학자 1360명을 동원해 
'밀레니엄 생태계 평가(Millenium Ecosystem Assessment·MEA)'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 결과물들이 해마다 차곡차곡 쌓이고 있지만 특히 2005년 보고서에 실린 
'웰빙(well-being)'과 '일빙(ill-being)'의 비교 도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일빙(ill-being)이란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니라고 느끼는 무기력함, 빈약한 사회 관계망, 물질적 빈곤, 
허약한 건강 상태, 사회 불안 등 다섯 요소가 상호작용해 만들어내는 상태다.

자연스레 이 모든 것의 반대 상태가 웰빙을 담보할 텐데 그중에서 특히 건강과 사회 안전은 자연생태계의 건강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MEA는 이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의료비와 생활비 정도나 보태주는 수준의 전통적 인간 복지
(human well-being)뿐 아니라 생태계 복지(ecosystem well-being)를 함께 살펴야 국가 전체의 복지가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제아무리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이 된다 해도 삶의 질이 높은 선진국이 되기는 
글러 보인다. UCLA 지리학과의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저서 '문명의 붕괴'에서 환경 파괴를 저지른 문명치고 망하지 않은 
문명이 없음을 지적하며 중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 예측한다.

환경 복지의 핵심이 바로 생태계 복지다. 박경리 선생님은 생전에 환경이라는 말보다 생태라는 말을 사랑하셨다. 
환경이라고 말하면 왠지 인간을 제외한 객체라는 느낌이 들어 자꾸 관리하려 들지만 생태에는 당연히 인간도 포함되어 있어 
저절로 공존을 떠올리게 된다고 설명하셨다. 지난번 인수위원회에 환경부를 이참에 환경생태부로 부르자고 제안해볼 걸 
하는 후회가 막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