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고복수 선생이 부른 '짝사랑'의 첫 구절이다.
이 땅의 중년이라면 누구나 가을의 문턱에서 한 번쯤 읊조려본 노래지만 정작 으악새가 뭐냐 물으면
속 시원하게 답하는 이가 없다. "뻐꾹, 뻐꾹" 운다고 뻐꾹새요, 연신 "솥 적다, 솥 적다" 울부짖어
소쩍새이니만큼 "으악, 으악"하며 우는 새려니 하지만 딱히 그리 우는 새가 없다.
하기야 새소리는 듣는 귀에 따라 사뭇 다르긴 하다.
으악새가 왜가리라는 이들이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왜가리를 '으악새'라 부른단다.
으악새가 왜가리라는 이들이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왜가리를 '으악새'라 부른단다.
하지만 왜가리 소리는 "으악, 으악"하며 늘어지는 두 음절보다는 "왝, 왝"하며 뚝뚝 끊어지는 단음절
소리에 가깝다. 게다가 마을 어귀 솔숲에 수십 마리가 한데 모여 왝왝거리는 왜가리는 왠지 고즈넉한
가을 정취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으악새의 '새'가 벼과 식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일 수도 있다.
으악새의 '새'가 벼과 식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경기 지방에서는 '으악새'가 '억새'의 방언으로 불린다.
그렇다면 "으악새 슬피 우는"은 가을 바람에 억새가 휩쓸리며 내는 스산한 소리를 비유한 표현일 수 있다.
옛날 그리스의 미다스왕이 아폴론의 노여움을 사 당나귀 귀를 얻었는데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이발사에게 함구 명령을 내리고
평생 모자를 눌러쓰고 살았건만 입이 근질근질해 견디다 못한 이발사가 강둑에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속삭이는 바람에 강변의 갈대들은 지금도 바람만 불면 그 비밀을 노래한다는 설화가 있다.
강가의 갈대가 노래를 한다면 언덕 위의 억새도 가을을 탈 법하다.
이쯤 되면 으악새란 결국 새가 아니라 풀이려니 하며 '짝사랑'의 2절로 넘어가면 "아~ 아~ 뜸북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로
이쯤 되면 으악새란 결국 새가 아니라 풀이려니 하며 '짝사랑'의 2절로 넘어가면 "아~ 아~ 뜸북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로
이어진다. 할 수만 있다면 작사가 김능인 선생에게 여쭤보면 좋으련만 언제 어디서 돌아가셨는지 정확한 기록조차 없단다.
으악새야, 너는 도대체 누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