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대표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들국화는 국어사전에는 나오지만 식물도감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들국화를 산국(山菊)의 다른 이름 또는 감국(甘菊)의 강원도 방언이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용례와는 동떨어진 설명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는 노랗게 피는 산국이나 감국 꽃보다 하얀 구절초 꽃을 들국화로 알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종 백과사전류나 안내문도 구절초를 흔히 들국화로 소개하고 더러는 쑥부쟁이·벌개미취도 ‘들국화의 일종’이라고 부르는 형편이다.
구절초·쑥부쟁이·벌개미취는 전문가가 아니고는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꽃 색깔과 모양이 비슷하다. 시인 안도현도 17살 때 박용래의 시 ‘구절초’를 읽고 좋아했지만 정작 구절초를 알게 된 것은 20여년 지나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라는 참회시를 ‘무식한 놈’이라는 제목으로 남겼다.
언제부터인가 가을이면 그런 ‘무식’에서 벗어나볼까 하다가 번번이 그냥 넘어가곤 했다. 지난 추석에야 안 시인이 허비한 세월의 거의 곱절 만에 세 국화과 야생화를 마음먹고 구분해보려고 했다. 역시 무식하고 무심했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구절초는 음력 9월9일 꺾어 약재로 쓴다든가 아홉 마디의 능(稜)이 있다는 등 이름 유래가 다양하고, 쑥부쟁이는 쑥을 캐러 간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이 죽은 자리에서 돋아났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으며, 벌개미취는 한국 특산종임을 나타내는 종명( Aster koraiensis Nakai)과 영어 이름(Korean Daisy)을 가졌다는 것도 비로소 알게 됐다.
들국화의 계절이다. 정읍 옥정호의 구절초, 단양 감골바람개비마을의 쑥부쟁이, 평창 휘닉스파크의 벌개미취 등 유명 군락지에서는 축제도 예정돼 있다. 가을꽃은 봄꽃과 달리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어 보인다. 잎은 완전히 다르지만 꽃은 좀처럼 구분하기 어렵게 피는 세 들국화처럼 요란하게 차별화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 가을꽃의 특징인 모양이다. 그들은 말하는 것 같다. 무식해도 괜찮아, 가을이니까.
구절초·쑥부쟁이·벌개미취는 전문가가 아니고는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꽃 색깔과 모양이 비슷하다. 시인 안도현도 17살 때 박용래의 시 ‘구절초’를 읽고 좋아했지만 정작 구절초를 알게 된 것은 20여년 지나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라는 참회시를 ‘무식한 놈’이라는 제목으로 남겼다.
언제부터인가 가을이면 그런 ‘무식’에서 벗어나볼까 하다가 번번이 그냥 넘어가곤 했다. 지난 추석에야 안 시인이 허비한 세월의 거의 곱절 만에 세 국화과 야생화를 마음먹고 구분해보려고 했다. 역시 무식하고 무심했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구절초는 음력 9월9일 꺾어 약재로 쓴다든가 아홉 마디의 능(稜)이 있다는 등 이름 유래가 다양하고, 쑥부쟁이는 쑥을 캐러 간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이 죽은 자리에서 돋아났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으며, 벌개미취는 한국 특산종임을 나타내는 종명( Aster koraiensis Nakai)과 영어 이름(Korean Daisy)을 가졌다는 것도 비로소 알게 됐다.
들국화의 계절이다. 정읍 옥정호의 구절초, 단양 감골바람개비마을의 쑥부쟁이, 평창 휘닉스파크의 벌개미취 등 유명 군락지에서는 축제도 예정돼 있다. 가을꽃은 봄꽃과 달리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어 보인다. 잎은 완전히 다르지만 꽃은 좀처럼 구분하기 어렵게 피는 세 들국화처럼 요란하게 차별화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 가을꽃의 특징인 모양이다. 그들은 말하는 것 같다. 무식해도 괜찮아,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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