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으로서 음력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추석에도 익숙해져야 했다.
도무지 멈추지 않을 것 같은 한국도 이 명절 연휴 며칠간은 잠시 시동을 끈다.
도로 위에서 시동을 꺼야 할 때도 있는데,
귀성·귀경 행렬 탓에 생기는 엄청난 교통 체증이다.
'절대 이 기간엔 차를 몰고 나오면 안 되겠구나' 하는 슬픈 다짐을 하게 된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아예 외국으로 나간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아예 외국으로 나간다.
추석 몇 달 전에 미리 항공권을 예매하거나 중국 등지로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거다.
몇몇 외국인들은 외로움에 허덕이는 영혼들끼리 모여 영화 페스티벌 같은 모임을 조직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굳이 이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뭔가 텅 빈 느낌을 채우려 애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도시 자체가 비어 있으니까.
이건 매우 특별한 순간이다.
이건 매우 특별한 순간이다.
걷거나 혹은 자전거를 탈 때, 모든 종류의
교통 체증과 위험에서 벗어나
서울의 모든 지역을 활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순간이다.
조금 과장하면 좀비 영화나 외계인 침공 이후를
보여주는 공상과학 영화 속 도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조용하고, 이완된 이 도시는 평소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앵글을 제공한다.
그 특별한 도시의 이미지를 촬영하며 이 도시의
새로운 매혹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유럽 도시의 한적한 여름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추석은 몇 해 전,
친구와 함께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 별의별
생선과 조개, 문어 따위를 잔뜩 사와 회 떠 먹고
매운탕 끓여 먹었을 때다.
이탈리아산(産)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배를 불린 뒤, 소화도 시킬 겸 사막처럼 잠잠했던
서울을 달렸다.
나는 추석을 '외국인들의 허니문'이라 부르고 싶다.
얼마나 달콤한 휴식인가.
올해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