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 정치범 수용소는 사악해" 한국 등과 多者的으로 인권 압박
북핵 문제 해결 모색할 가능성… 북핵·인권 연계는 지속 어려워
核은 제재 통해 중단 유도하고 인권은 따로 뚝심있게 다뤄가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유엔에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사악한 시스템(evil system)"이라고
일갈(一喝)했다. 이 발언은 '네오콘(neocon·신보수주의자)'이 득세하던 시절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연상시킨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란·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axis of evil)'
으로 명명했고,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을 이란·벨라루스·짐바브웨·쿠바·미얀마와
더불어 '폭정(暴政)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로 낙인 찍었다. 여기엔 힘을 통해서라도
독재 체제를 민주화해야 국제 평화에 근접할 수 있다는 신보수주의적 사고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은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답습하는 것 같진 않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은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답습하는 것 같진 않다.
9·11 테러 직후 부시 행정부는 우방국들의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북한과 여타 독재국가를
몰아붙였다. 이렇듯 출발은 거창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유엔을 무대로 북한 인권을 논의하는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을 언급했다.
다른 독재국가와 한 묶음이 아니라 북한을 콕 찍어낸 다음 한국·일본·호주·유럽연합(EU) 등과 함께 다자적(多者的)으로
인권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2009년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 열기가 식기도 전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
북한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2009년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 열기가 식기도 전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는 걸 보고 극도로 실망했다. 북한이 2012년 북핵 2·29 합의까지 발로 차버리자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내세워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 조처를 하기 전까지 북한과 대화하기를 거부했다.
최근 북핵 전문가들 사이에 "이제는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고언(苦言)이 나오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무시(無視) 전략을
완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존 케리 국무장관이 유엔 총회 북한인권회의에 전격적으로 참가해 북한 인권을
거론한 점에 비춰볼 때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인권 압박을 가해 핵 문제 해결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쯤 되면 한·미 양국은 북핵과 인권 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갈지에 관한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이쯤 되면 한·미 양국은 북핵과 인권 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갈지에 관한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 인권을 문제 삼으며 북한인권법까지 제정했으나 이를 북핵 문제와 연결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해
인권을 제기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공화당이 2006년 중간선거에서 진 뒤 네오콘이 요직에서 물러나면서 북핵·인권 연계 전략은 사라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 나름대로 체계적 인권 정책을 펴나갈 태세이나 인권 문제를 북한 핵 문제 해결 수단으로 격하할 경우
부시 행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따라서 한·미 양국 모두 북핵과 인권 문제를 분리하는 것이 좋다.
두 사안을 연계하는 것은, 북한이 핵 문제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면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강도 높게 인권 압박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인권 문제는 핵 문제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야 할 사안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의외로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단순한 북핵·인권 분리 전략이 아니라 '전략적 분리'가 필요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인권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핵 문제 그 자체의 해법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은 인권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핵 문제 그 자체의 해법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
핵 폐기에 앞서 우선 북한 핵 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핵 동결을 전제로 6자회담을 해 가면서 핵 폐기를 위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경제 지원이나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논의와 같은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가 더 나빠질 때에 대비해 인권을 활용할 것이 아니라 대북 경제 및 금융 제재의 효과적 이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북핵 문제가 진전되면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중국의 협조 없이도 대북 제재 효과를 높일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문제는 남북한 양자 채널보다는 유엔과 같은 다자 외교의 장(場)에서 뚝심 있게 다뤄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문제는 남북한 양자 채널보다는 유엔과 같은 다자 외교의 장(場)에서 뚝심 있게 다뤄나갈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 내 인권 개선을 위한 다양한 권고 사항을 채택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과 국제사회가 COI 권고 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적극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조만간 유엔이 한국에 설치할 북한인권사무소가 이러한 노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우리 국회가 10년 가까이 끌어온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키고 시민 단체가 힘을 보탠다면 북한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전략적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