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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에디톨로지 -김정운 지음, 경쟁의 배신 -마거릿 헤퍼넌 지음, 중국_ 세계로 가다-데이비드 샴보 지음

바람아님 2014. 11. 1. 11:51

(출처-조선일보 2014.11.01 박돈규 기자)

[인터뷰] "창조는 편집이다… 정보를 잘 엮어야 지식인"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

내 사회적 역할은 '지식인 코스프레' 대학의 지식 독점은 이미 끝났다
스스로 선택한 공부하러 한국 떠나… 3년간 격하게 고독했기에 나온 책



	'에디톨로지'
에디톨로지|김정운 지음|21세기북스|388쪽|1만8000원

"그 책, 죽이지 않나요?" 김정운(52)이 눈을 똥그랗게 떴다. 
탁자에는 갓 출간된 '에디톨로지(Editology·편집학)'가 놓여 있다. 2012년 초 명지대 교수직을 
던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미술 전문대 학생이 된 그가 3년 만에 내놓은 책이다.
"'남자의 물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내가 가진 콘텐츠 중에서 사소한 것들이에요. 
살아남으려고 썼달까. 독일에서 13년 고생하고 돌아왔는데 심리학과 교수도 못 됐고, 
'가치 있는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그렇게 된 거예요. 
내가 청춘을 바친 공부는 이대로 묻히는 것 아닌가, 회의(懷疑)에 빠졌는데 교수직을 그만두니까 
기회가 생기더라. 이 책이 바로 '김정운'이다!"

'에디톨로지'는 창조의 방법론을 풀어쓴 책이다.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나와봐"라는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창조는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신화를 벗겨내고 싶었어요. 
'통섭' '융합'처럼 뜬구름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길을 일러주려 했습니다. 
일본에서 이 책을 쓰면서 '신이시여 정녕 이걸 제가…'를 수십 번 되뇌었어요."

예능 프로에 나와 "내 인생은 파마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했던 남자. 
이제 "섬나라에 '스스로를 격리한 김정운'은 과거의 김정운과 다르다"고 말하는 것 같다. 
지난 29일 서울 가회동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그를 만났다.

―'에디톨로지'라는 낱말은 사전에 없다.

"훗날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도록 영어로 지었다.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모든 사건과 의미를 편집한다. 에디톨로지는 '창조가 곧 편집'이라는 뜻이다."

―'지식권력은 더 이상 대학에 있지 않다'고 썼다.

"황우석 사건으로 드러나지 않았나. 인터넷 취미 공간이 논문의 문제를 파헤쳤다. 
지식 편집의 독점권을 가진 대학은 이미 붕괴했다. 
입시 철이 되면 지방대 교수들은 입학생을 유치하려고 고등학교를 찾아다니기 바쁘다. 
어느 고교는 정문에 '교수 및 잡상인 출입금지!'라는 문구를 붙였다. 
정보는 넘쳐난다. 지식인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사람'이다."

―마우스 발명이 구텐베르크 인쇄 혁명을 넘어설 만큼 혁명적 사건인가?

"텍스트의 감옥(한계)을 벗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A에서 D로 가려면 반드시 B와 C를 거쳐야 했다. 
이제 보통 사람도 천재처럼 날아다니는 생각을 잡아낼 수 있다. 자신의 관심을 '클릭'하면 바로 '링크'된다."


	‘에디톨로지’를 펴낸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
‘에디톨로지’를 펴낸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 “일본에서 보낸 3년이 없었다면 
나는 벌써 망가졌을 것”이라며“기존 독자에게 좀 어려울 수도 있는 책이지만 
용기를 냈다”고 했다. /성형주 기자

―일본 갈 때 붙잡은 화두는?


"'김정운 쇼'니 시트콤이니 하면서 방송국들이 찾았지만 나는 절박했다. 우리는 100살까지 살지 않나. 
그럼 공부를 한 번 더 하는 수밖에 없었다. 시대에 떠밀려서 한 공부 말고 내가 선택한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것은 만화였다. 정확히는 '노인용 변태 만화'를 그리려 했다. 
김정운은 교토 외곽의 예술대에 입학했고 내년 2월 졸업한다. 
새벽 4시면 눈이 떠진단다. 혼자 밥 해먹고 빨래하고 볕이 좋으면 이불을 넌다. 
오후에는 학교에 나가 죽어라 그림을 그린다. 아들보다 어린 동기생들은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기무상, 곤니치와!"가 전부. 김정운은 "뭔가 새로운 것을 손에 쥐려면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한다"며 
"격하게 외롭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책"이라고 했다.

―당신의 사회적 역할은?

"'지식인 코스프레'다. 정치나 연예인 얘기만 하며 살 순 없다. 
대중에게 소통 가능한 주제를 많이 던져주는 게 지식인의 역할이다. 
우리나라엔 어려운 말만 하고 의무는 방기하는 지식인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한테 그 임무가 주어지는 것 같다."

―'지휘자가 시간의 편집자'라는 대목이 흥미롭다.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첫 부분을 가지고 내가 직접 계산했다. 
아바도는 162초, 번스타인은 194초 걸렸다. 지휘자에 따라 곡 해석이 달라지고 결국 음악이 달라진다. 
전체 교향곡 연주 시간은 20분 넘게 차이가 났다."

―올해 한국엔 사고가 많았다. 불안과 무기력이 만연해 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주말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 
남의 경조사 챙기고 골프장 가고 등산하고 개콘 보며 주말 보내면 삶이 풍요해지나? 
인간은 결국 혼자이고, 자기 이야기가 없으면 불안해진다. 
남들이 하는 대로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반복할 뿐이니 내가 없어지고 불안해지는 것이다. 
각자 삶에서 주제(主題)를 찾아야 한다."

―당신이 '중년의 로망'이란다.

"'너는 베스트셀러 저자고 나는 달라'라고들 하는데 되묻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의 허접한 삶이 정당화되는가? 
난 일본에서 지난 3년 고독하게 살았다. 견뎌냈다는 자부심이 있다. 
문화가 다양해진다는 건 다른 시선을 인정해준다는 뜻이다. 
금전적 풍요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다."

이번 책은 말랑말랑하지만은 않다. 
김정운도 "독자가 당황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내가 좋아했던 김정운이 아닌데' 싶을지 모른다. 
그래도 안고 가야지 뭐, '지식인 코스프레'인데. 
아들은 둘 있으니, 이 책은 마누라가 아닌 내가 일본에서 낳아 온 딸이다. 
엄마는 누군지 잘 모르겠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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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2014.11.01 이한수 기자)

승리 위해 수단·방법 안 가리게 만들어… 혁신을 방해하고 부패와 타락 가져와
"과도한 경쟁이 위대한 생각 막는다"


	'경쟁의 배신'
경쟁의 배신|마거릿 헤퍼넌 지음|김성훈 옮김|RHK|604쪽|2만원

미덕(美德)은 아닐지라도 불가피한 일 아닐까. 
한정된 재화(財貨)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일 말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경쟁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은 순진한 어리광이거나 물정(物情) 모르는 감상적 주장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경쟁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영국 BBC방송 프로듀서 출신 기업가인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경쟁은 효율과 창조성을 갉아먹고 성취와 혁신을 방해하며 부패와 타락을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우리는 경쟁을 포기하면 마치 자본주의가 멸망하고 소련이라는 실험에서 나타났던 부패와 
잔인함으로 돌아가기라도 할 것처럼 두려워한다"면서 "이러한 묘사는 실제 역사와 거리가 멀다. 
소련은 모든 사회 각계각층을 상대로 늘 사악한 경쟁을 조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교육·스포츠·과학·의학·기업 등 거의 모든 사회 분야에서 경쟁이 불러온 폐해를 제시한다. 
교육은 가장 두드러진 분야다. 유치원 아이들을 세 집단으로 나눠 그림을 그리게 했다. 
첫째 집단은 그림을 그리면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둘째 집단은 사전에 얘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린 뒤 포상했다. 
셋째 집단은 아무런 보상 없이 그림을 그렸다. 
2주 후에 아이들에게 다시 그림을 그리게 했을 때 보상을 약속받았던 집단이 가장 낮은 의욕을 보였다. 
성적과 점수, 수료증과 트로피 같은 보상이 실제로는 내재적 동기를 갉아먹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교육은 대다수 학생의 학습 의지를 꺾고 부정을 통해서라도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관념을 심어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미국 고교생 59%는 시험을 치를 때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학에 진학할 때쯤이면 학생 95%가 부정행위를 한 경험을 겪는다고 한다. 세계 최고 대학이라는 하버드대에서는 지난해 
부정행위로 100명 이상에게 자퇴 권고가 내려졌다. 시험이란 당초 공정한 경쟁을 통해 학생들의 성적을 정당하게 평가한다는
이유로 도입한 제도지만 실제로는 학습 의지와 창의성을 꺾는 결과만을 가져왔다는 얘기다. 
스포츠에서도 폐해는 나타난다. 엘리트 선수 198명에게 질문했다. 금메달을 보장해주는 약물이 있는데 5년 후 부작용으로 
사망한다. 그래도 먹겠는가? 응답자 52%가 먹겠다고 답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상대를 눌러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상대를 눌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창의성과 혁신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온갖 부패와 모략이 싹트고 결국 개인과 조직은 
파멸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토픽이미지
기업에서도 구성원들이 서로 경쟁할 때 창의와 혁신은 오히려 일어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랜 기간 운영했던 직원 평가 등급제를 지난해 폐지했다. 
뛰어난 사람이 되겠다는 야심보다는 안전해지려는 욕망만을 불어넣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기술자는 "사람들은 최하등급을 받지 않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요. 
우리가 배운 교훈은 동료들에게 정보를 숨겨서 나보다 앞서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저자는 "경쟁은 늘 제도를 악용하려는 동기를 부여한다. 경쟁은 위대한 생각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위대한 아이디어가 나와도 확산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경쟁이 모든 악덕(惡德)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하는 주장에는 수긍하기 어렵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협력과 공유의 가치가 더 중요하며 
과도한 경쟁은 인간의 창의적 활동을 죽인다는 주장에 서서히 공감하게 된다. 
소금은 음식의 맛을 내지만 지나치면 요리를 망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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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초강대국 되려면 아직 멀어

(출처-조선일보 입력 : 2014.11.01 김기철 기자)

	'중국, 세계로 가다'
중국, 세계로 가다|데이비드 샴보 지음|박영준·홍승현 옮김|아산정책연구원|544쪽|2만원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초강대국으로 군림할 것인가.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및 국제관계학 교수인 저자는 회의적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그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으며,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중국이 생각하는 자국(自國)의 세계적 정체성, 외교, 
글로벌 거버넌스, 경제, 문화, 안보 등 6가지 분야를 분석했다.

중국은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G20 회원국이다. 
하지만 중요한 국제 이슈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 
자원 확보와 인프라 수출 등 국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외교는 열심이지만, 
수단이나 이란, 이라크, 시리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냉담하고 비협조적이다. 
세계 제2위 경제 대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수출품은 여전히 저가 소비재가 
주류이고, 국제 투자나 원조는 특별히 세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소프트파워나 문화적 매력은 매우 약하고, 아시아에선 군사 대국이지만 글로벌 차원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저자는 모든 면에서 중국은 불완전한 강대국(Partial Power)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