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1.22 박돈규 문화부 기자)
인생 3분의 1인 수면시간, 의식주보다 큰 영향
부정적인 꿈은 위험 대비해 뇌를 훈련하는 것
잦은 수면 방해는 심각한 기억 장애 일으킬수도
잠의 사생활|데이비드 랜들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352쪽|1만6000원
수면 내시경으로 대장을 들여다볼 참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간호사가 주사기로 흰 액체를 주입하는 것을 봤다.
마이클 잭슨을 영원히 잠들게 한 약물, 프로포폴이었다.
반응이 더디네 싶다가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검진복 입고 순한 양(羊)이 된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후 깨어났다.
짧지만 밀도 높은 꿀잠. 개운했다.
우리는 인생 3분의 1을 자면서 보내지만 잠은 실체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는 인생 3분의 1을 자면서 보내지만 잠은 실체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몸이 조작하는 온·오프 스위치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노동이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오늘날 잠은 산업이 됐다.
수면을 돕는 의약품이 2010년 미국에서만 300억달러(약 33조원)어치 팔렸다.
로이터통신 수석기자이자 뉴욕대 겸임교수 데이비드 랜들은 "의식주보다 삶에 더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게 잠"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수면 과학을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옛날엔 '분할 수면'을 했다
잠은 생물학적으로 더 시급한 필요, 이를테면 생식이나 먹이 구하기, 보금자리 짓기 등을 방해한다.
◇옛날엔 '분할 수면'을 했다
잠은 생물학적으로 더 시급한 필요, 이를테면 생식이나 먹이 구하기, 보금자리 짓기 등을 방해한다.
몸이 쉬는 시간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정확하다. 잠의 핵심 기능은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낮과 밤, 해와 달의 리듬 속에 있었다. 16세기까지도 유럽인은 밤에 잠을 두 번 잤다.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낮과 밤, 해와 달의 리듬 속에 있었다. 16세기까지도 유럽인은 밤에 잠을 두 번 잤다.
해가 지고 나서 첫 번째 잠자리에 들었고 자정 넘어 한 시간 남짓 깨어 있다가 아침까지 두 번째 잠을 잤다.
두 잠 사이에는 기도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꿈에 대해 생각하거나 섹스를 했다.
수백만 년 이어진 이 수면 습관이 무너진 것은 인공조명 때문이다.
값싼 전구는 우리 몸이 자는 방식을 180도 뒤집어놓았다.
일몰은 더 이상 사교 생활의 끝이 아니었다. '나이트라이프(nightlife)'의 시작을 의미했다.
최초의 야간 근무 노동자들은 쏟아지는 졸음을 참으며 일터를 지켰다. 생체 리듬은 뒤죽박죽이 됐다.
잠자는 동안 뇌가 활동을 멈춘다는 통념은 1950년대에 '렘 수면(REM sleep)'이 발견되면서 깨졌다.
잠자는 동안 뇌가 활동을 멈춘다는 통념은 1950년대에 '렘 수면(REM sleep)'이 발견되면서 깨졌다.
잠의 5단계 중 마지막에 자리하는 렘 수면에서 우리는 안구를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꿈은 대부분 이 단계에서 일어난다.
몸은 뇌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팔다리가 실행해 옮기지 못하도록
우리를 사실상 마비시키는 호르몬을 분비해 렘 수면에 대비한다.
◇잠은 이기적인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침대를 함께 쓰는 것은 섹스에는 좋지만 그 밖의 점에서는 좋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한다.
누구와도 내 잠을 함께 나눌 수는 없다. 어린아이가 있다면 위험하기도 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조차 잠자는 시간에는 매트리스 위에서 내 공간을 빼앗는 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생에서 살던 원시시대에는 가족 중 누군가 파수꾼 노릇을 했다.
인류학자들은 가족 3대의 수면 패턴에서 생존에 유리한 특징을 발견했다.
10대는 대체로 자정까지 잠들지 않는다.
그들이 잠에 빠질 때면 부모가 깨어나 한두 시간 활동하고 새벽 4시면 조부모가 눈을 뜬다.
밤새 번갈아 보초를 서는 것과 같다.
모든 포유류는 대체로 같은 방식으로 꿈을 꾼다.
미국 심리학자 캘빈 홀은 30년 동안 사람들로부터 꿈 이야기 5만개를 수집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는 정반대였다.
대부분의 꿈은 숨겨진 상징이 가득하기는커녕 놀랍도록 단순하고 예측 가능했다.
부정적인 꿈이 많은 까닭은 먼 옛날의 '방어 메커니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깨어 있을 때 비슷한 일이 일어날 위험에 대비해 뇌를 훈련하는 것이다.
랜들은 "잠은 마음이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라고 썼다.
랜들은 "잠은 마음이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라고 썼다.
화학자 케쿨레가 벤젠의 분자구조를 찾아낸 것, 가수 폴 매카트니가 '예스터데이' 선율을 지어낸 것은 꿈 덕분이었다.
깊이 파고들어가 보면 각각의 꿈은 그의 일생에서 일어나는 일과 단단하게 얽혀 있다.
뇌는 매일 밤 어수선한 잡동사니를 정리하며 보관할 것만 남기고 버린다.
◇전쟁 최대의 적은 수면 부족
숙면을 취하지 않으면 진화의 가장 큰 자산인 뇌가 되레 약점으로 변한다.
◇전쟁 최대의 적은 수면 부족
숙면을 취하지 않으면 진화의 가장 큰 자산인 뇌가 되레 약점으로 변한다.
걸프전에서 미군 사상자는 적의 공격 못지않게 수면 부족으로 발생했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무렵엔 카페인 100㎎이 든 껌이 전투 식량에 포함됐다.
잠의 이득을 모방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약이나 절차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수면 부족에서 회복할 방법은 나중에 잠을 더 많이 자는 것밖에 없다.
핵잠수함 컴퓨터는 아직도 수렵·채집 생활에 맞춰 설계된 마음을 가진 병사에게서 지시를 받는다.
수면 박탈은 옛날부터 전투의 일부였지만 오늘날엔 나라 하나를 박살 낼 정도로 위험하다.
이 책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잦은 수면 방해와 뇌의 산소 부족은 장기 기억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잠의 조건은 모순적이다.
"잠은 아주 좋은 것이지만 다른 좋은 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잠을 얻으려면 잠을 가지겠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
독자를 전쟁터부터 스포츠 도박, 아이의 침실까지 데려가며 잠의 비밀을 들추는 책이다.
독자를 전쟁터부터 스포츠 도박, 아이의 침실까지 데려가며 잠의 비밀을 들추는 책이다.
잠은 보기보다 단순하지 않다.
뇌세포를 자극하는 대목이 많다.
몰랐던 인생의 3분의 1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본 기분이다.
앙리 루소-‘잠자는 집시’의 원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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