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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所有(소유)보다 共有(공유)… 차도 집도 나눠 쓰는 사회가 온다

바람아님 2014. 10. 4. 11:16

所有(소유)보다 共有(공유)… 차도 집도 나눠 쓰는 사회가 온다

(출처-조선닷컴 2014.10.04 박돈규 기자)


기술 혁신이 생산비용 '0'수준으로 낮춰…

상품 팔아 이윤 남기는 자본주의는 쇠퇴, 협력적 공유사회로 경제 패러다임 전환    



	한계비용 제로 사회 책 사진

한계비용 제로 사회, 제러미 리프킨 지음|안진환 옮김

민음사 | 584쪽|2만5000원


'0'은 1200년 전 인도에서 발견됐다. 큰 수(數)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갈망이 있었다. 

여느 숫자 뒤에 '0'을 붙이자 마침내 무한대로 뻗어나갔다. 수의 혁명이다.


이 책은 거꾸로 통념을 부순다. 

'소유의 종말'을 쓴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69)은 그리 머지않은 장래에 상품 생산비가 제로('0')에 

가까워지고 이윤이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가 공기처럼 마시는 자본주의의 종말이라니. 

믿기 어렵다. 그는 '협력적 공유사회'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썼다.


◇협력적 공유사회?


1기가바이트 하드 드라이브는 2000년 44달러에서 2012년 600분의 1 수준(7센트)으로 폭락했다. 

전자책은 공짜에 가까워지고 우리는 뉴스와 지식을 무료로 주고받는다. 

소유에서 공유로의 중심 이동 뒤에는 에너지가 있다. 

원자력 발전과 달리 지붕에서 수집하는 태양열이나 바람을 에너지로 바꾸는 풍력은 원료비가 거의 안 든다. 

남는 에너지를 남과 나누는 일도 가능해진다. 현재 13% 수준인 에너지 효율은 40년 안에 40%로 뛸 것이라고 리프킨은 

예측한다.


미국인의 약 40%가 이미 '공유경제'에 참여하고 있다. 

SNS 정보 공유, 동호회나 협동조합을 통해 자동차와 집, 옷까지 나눠 쓰는 것이다. 카셰어링(car sharing)·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이 대표적이다. 

시장의 교환가치가 사회의 공유가치로 대체된다.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서 덜 팔린다는 뜻이자 자원도 덜 사용되고 지구 온난화 부담도 줄어든다. 

"생태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한 경제로 가는 지름길이다."


◇자본주의는 왜 쇠퇴하나


모순 때문이다. 어떤 적대적 세력이 자본주의 쇠퇴를 재촉한 게 아니다. 

정반대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지반을 흔드는 건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의 극적인 성공"이라고 리프킨은 말한다.



	사람과 인터넷,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협력적 공유사회의 모습 일러스트

사람과 인터넷,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협력적 공유사회는 이런 모습이다. 

리프킨은 패러다임 전환기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일러준다. /ⓒEllagrin   


자본주의의 존재 이유는 인간 생활의 모든 측면을 경제 영역에 들여놓고 교환 가능한 상품, 즉 소유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음식부터 아이디어·시간·DNA까지 자본주의의 가마솥 안에서 재구성되고 가격이 매겨져 시장에 나온다. 

시장이 우리를 정의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모순이 있다. 

자유 시장의 경쟁적 기술 혁신이 생산에 필요한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낮춘 결과, 

시장에서 상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자본주의 기업의 존립 근거가 무너지는 것이다.


소수의 독과점 시장에서는 기득권층이 추가적인 경제적 진보를 막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기존의 자본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산성 높은 기술의 개발을 막거나 늦추는 것이다. 

자본이 새 투자처로 이동할 수 없을 때 경제는 정체에 빠진다. 

이 책은 "경제적 진보를 막으려는 시도는 늘 실패로 돌아간다"며 

"지금은 자본주의의 황혼기이며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혁의 초기 단계"라고 진단한다.


◇인간과 사물이 연결된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철도, 2차 산업혁명은 전기가 동력이 됐다. 

리프킨이 말하는 3차 산업혁명은 공공 및 민간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인프라 혁명이고 핵심은 '사물인터넷'이다. 

집과 자동차, 책과 전동칫솔까지 앞으로 10년 안팎에 전자 태그를 달고 인터넷과 연결되는 세상이 온다. 

수십억 개에 이르는 센서가 모든 기기와 전기 제품, 도구에 부착돼 촘촘한 신경 네트워크로 사람과 사물을 묶는 것이다.


"나는 기업가 정신을 찬양하지만 자본주의의 소멸이 슬프지 않다"고 그는 썼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안락하게 자리 잡은 사람들,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파멸을 부를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향해 리프킨은 "그만 내려놓고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 갈 때"라고 말한다. 

경제는 절대 정지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고.

 진화하면서 가끔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변한다고. 

기술과 경제, 역사와 문화를 넘나드는 생각에 솔깃하면서도 의심스럽다.

원제 '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