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韓日수교 50주년, 문화재 반환이 관계개선에 도움될 것

바람아님 2014. 12. 21. 12:32

(출처-조선일보 2014.12.19 허윤희 기자)

[아라이 신이치 교수]

2010년 조선왕실의궤 반환에 기여
"일제때 반출된 '오구라컬렉션'… 양국 대화와 협력 통해 돌려줘야"

"내년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오구라 컬렉션이 한국에 반환된다면 양국 관계가 좀 더 좋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미수(米壽)의 일본 원로 학자가 한·일 관계의 해법을 내놨다. 

일본 내 한국 문화재 반환 전문가인 아라이 신이치(荒井信一·88) 스루가다이대학 명예교수는 18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1965년 한·일 협정 당시 합의 의사록을 보면 민간이 보유한 문화재를 한국에 반환하도록 장려한다고 돼 있어요. 

오구라 컬렉션은 현재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고 국가가 소유한 유물에 대한 반환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10년 전 도쿄대가 법인화하면서 조선왕조실록을 서울대에 기증한 것처럼 국립박물관도 독립법인이 됐으니 

(도쿄국립박물관이)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으로 오구라 컬렉션을 반환한다면 양국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까요?"


	아라이 신이치 스루가다이대학 명예교수는 “쓰시마 불상 문제는 양국 정부의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아라이 신이치 스루가다이대학 명예교수는 “쓰시마 불상 문제는 양국 정부의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오구라 컬렉션은 일제강점기에 대구에서 전기회사를 경영한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가 사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한 1000여점의 한국 유물로 현재 한반도에 없는 귀중한 문화재가 다수 포함돼 있다.

그는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해온 대표적 지식인이다. 

한국 문화재가 일본에 반출된 경위를 오랫동안 추적해왔고 일본인과 재일동포 등으로 구성된 '한국·조선 문화재 반환문제 

연락회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10년 조선왕실의궤 등 일본 궁내청 소장 도서를 한국에 반환하는 과정에서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문화재의 원산국(한국) 반환"을 적극 주장해 반환에 기여했다.

그는 "아베 정권이 쇄국정책으로 가고 있다. 

나치즘을 떠올리는 분위기로 가고 있어 우려된다"면서 "쓰시마에서 도난당한 불상 때문에 일본에서 반한(反韓) 감정이 

크게 일어나는 건 아니다. 대다수 일본인은 문화재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했다.

아라이 교수는 지난달 29일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중 한·일 양자 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불상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우리 것이니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은 반드시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미래지향적 발전을 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이죠. 

양국 정부가 대화로 풀면서 협력적 관계를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있는 오구라 컬렉션 사진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있는 오구라 컬렉션.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재 반환에 대한 양국 공동의 협력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의한 데 대해서는 

"아직 협력기구까지 갈 단계는 아니다. 조선통신사를 양국 정부가 함께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려는 교류 움직임처럼 

양국의 협력과 노력이 쌓이면 순차적이고 구체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도쿄대 서양사학과 출신인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학도병으로 참전한 것을 계기로 

평생 일본의 전쟁 범죄와 책임 문제를 주로 연구했다. 

2005년에는 을사늑약이 국제법상 무효임을 입증하는 사료를 내놓아 반향을 일으켰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이날 '문화재 반환, 식민주의를 넘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 자리에선 "일본에 있는 6만7000여점이 모두 약탈 문화재는 아니다"라며 

일본에 있는 조선 종(鐘) 27점을 예로 들었다.

 "상당수 종에 '어떻게 일본에 왔고 소유자가 누구였는지' 기록이 남아 있어요. 

왜구가 약탈한 것도 있지만 조선 사절을 통해 정식으로 건너온 것도 있지요. 

문화재가 왜, 어떤 방식으로 일본으로 갔는지 심도 있게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