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중앙선데이 2014-12-21일자]
두 번째 유형은 독일·이탈리아·호주·캐나다·브라질·한국 등 보통의 군사국가들이다. 이 국가들은 NPT 체제와 기타 군축체제하에서 핵무기 및 화학무기를 보유할 수 없으나 여타의 무기들은 제약 없이 갖출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유형의 국가들과 동맹 혹은 우방의 관계를 유지하며 국제사회의 분쟁 해결에도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자국의 위상을 드높이려고 한다.
이와 구별되는 세 번째 유형은 일본·코스타리카·스위스 등의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헌법상 제약에 의해 군대 보유가 금지되거나 그 대외적 행사가 제약되고 있는 소극적 군사국가들이다. 일본의 경우 헌법 제9조 2항에서 육·해·공 전력 보유가 금지되고 있고 자위대가 창설된 이후에도 오랜 기간 해외파견이 금기시돼 온 전력이 있다.
네 번째 유형은 북한·이란이나 예전의 이라크 등 소위 국제사회의 ‘불량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는 핵무기의 국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NPT 체제를 이탈하면서까지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통일대전’ 등의 위협적 메시지를 발신하며 주변 국가들에 대한 공격적 군사행동을 서슴지 않는 유형의 국가다.
군사력 보유 및 그 행사 방식에 따라 국가들을 이같이 구분해 본다면 한국이 처해 있는 안보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중국·러시아 등 3대 군사강국에 둘러싸여 있고 국제사회의 대표적 불량국가로서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과 휴전선을 마주 보면서 대치하고 있다.
이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일본의 변화에 의해 다시 변화하려 한다. 지난 14일 중의원 선거를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 정부가 2018년 말까지 정권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베 정부는 이미 국가안보전략서와 방위계획대강 등을 발표했다. 또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고 무기 수출 3원칙을 변경시키면서 일본의 방위전략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향후에도 아베 정부는 미국과는 방위협력을 위한 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중국의 군사 능력 확대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궁극적으로는 헌법 개정을 추진해 자위대를 헌법적 존재로 격상시키려 할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변화 방향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우려가 높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국제사회의 유형에 비추어 냉정히 평가해 본다면 이 같은 일본의 변화 과정은 헌법상의 제약에 따라 군사력 보유나 그 대외적 운용이 제한되었던 제3유형의 소극적 군사국가에서 제2유형의 보통군사국가로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 다시 말해 현재의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이 미국 등과 협력하면서 군사 능력이나 안보적 역할을 국제사회에서 확대해 가는 길을 일본도 밟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일본으로서는 자신들의 안보정책 변화가 국제사회 및 주변국들에 불신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독일이나 이탈리아가 그러했듯 과거 군국주의 역사에 대한 확실한 반성의 자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어떻든 향후 우리는 기존의 군사 능력과 그 운용 범위를 더욱 확대하려는 핵 군사강국 중국과 보통 군사국가화하는 일본 사이에서 핵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북한과 대치하는 안보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안보정세의 불확실성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방위력 증강과 한·미 동맹의 공고화와 더불어 중국 및 일본을 포함하는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에 외교안보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마침 중국과 일본도 상호 안보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해양안보를 위한 핫라인 구축 협상에 착수했다. 이 같은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 기습적으로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담의 제안을 지역안보질서 구축의 관점에서 보다 구체화하는 것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는 2015년 외교안보의 적절한 과제다.
박영준 일본 도쿄대 국제정치학 박사, 미국 하버드대 초빙교수, 주요 연구로 『제3의 일본』 『안전보장의 국제정치학』 『21세기 국제안보의 도전과 과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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