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2.14 어수웅 기자)
오바마 정부 규제정보국장 지낸 저자, 음모론 확산되는 SNS에 요원 투입
"세부 내용 지적하며 반박하라" 최소주의·중간주의 방법론 제시도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캐스 선스타인 지음 | 이시은 옮김
21세기북스 | 344쪽 | 2만1000원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 들끓는 음모론을 다뤘다거나 행동경제학의 고전 격인 '넛지'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의 후속작이어서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 작가가 대통령의 최측근 경험을 한 희귀한 인물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규제정보국장(OIRA·2009~2012)을 지낸 선스타인의 당시 별명은
미국의 '규제 차르'(제정 러시아 때 황제의 칭호).
시카고대학 로스쿨 교수로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다가, 음모론에 대응해야 하는
정부 고위 관료로 신분이 바뀌었을 때 어떤 고백이 가능할 것인가.
비록 그의 해명대로 음모론을 분쇄하는 직접 책임자는 아니었다고 해도 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선스타인은 절반만 정직했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는 음모론 분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생생한 실제 사례보다는
음모론이 생겨나는 이유와 유포 과정의 이론적 분석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미국 정부의 음모론 대처 방식에 대한 보기 드문 언급이라는 점에서, 게다가 그 대처 방식이
반(反)정부 집단에 대한 인지적 침투(cognition infiltration)라는 점에서, 예외적이고 문제적이다.
선스타인에 따르면 음모론이 발생하는 이유는 극단주의의 절름발이 인식(crippled epistemology) 때문이다.
자신과 다른 관점이나 정보를 배제하고, 일치하는 내용만 받아들여 기존 입장을 강화하는 성향 말이다.
절름발이 인식은 비합리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적절한 정보의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특히 고립된 집단이나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에게 자주, 강하게 일어난다. 선스타인 용어로는 '음모의 폭포효과'다.
9·11 테러 당시 펜타곤에 돌진했던 게 아메리칸 항공 77편 여객기가 아니라, 미국 군산복합체가 발사한 미사일이라는
주장도 그 대표적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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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음모론에 대처할 것인가.
선스타인은 무조건적인 '노코멘트'나 부정보다는, 세부 내용을 지적해가며 루머를 반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이 던지고 있는 '위험한' 질문이 음모론에만 갇혀 있지는 않다. 동물의 권리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특히 제10장 최소주의와 제11장 중간주의의 정독(精讀)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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