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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의 세사필담] 동학이 항일투쟁이라고?

중앙일보 2023. 10. 3. 00:56 정치적 의도로 역사 덧칠은 금물 동학법 개정안은 동학 본질 이탈 제폭구민 척왜양 투쟁 불사했지만 사민평등 자각한 종교개혁이 본질 줏대 없다는 뜻의 좌고우면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정치권이 역사적 사건을 평가할 경우다. 야당은 홍범도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동학(東學)을 불러들였다. 국회 상임위 소위에서 강행 처리된 동학법 개정안은 직선적이고 거칠다. 1894년 동학농민봉기 참여자를 ‘독립유공자’로 대우하고 ‘고손(高孫)’까지 교육·취업·의료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 “일제의 침략에 맞서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기에” 독립유공자, 130년 전 일이라 고손이라 했다. 족보를 뒤지고 고조부 행적을 찾아 나서야 할 판이다. 1894년 봄 백산 결의문엔 사람존중, ..

[김형석의 100년 산책] 연세대의 전설, 세 석두 교수 이야기

중앙일보 2023. 9. 15. 00:25 ‘도사’ 못지않은 영어과 심인곤 돌비석처럼 빈틈없는 AI 설교 아호 ‘한결’의 국어학자 김윤경 화를 내거나 거짓말한 적 없어 모두 무서워한 철학과 정석해 제자 위해 4·19 교수 데모 앞장 내가 70년 전에 연세대에 부임했을 때, 옛날 스승을 연상케 하는 세 석두(石頭) 교수 얘기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자타가 인정하는 철학과 정석해 교수였다. 다음 타자인 국어학자 김윤경 교수까지는 변함이 없었는데 세 번째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공대학장이었던 수학과 교수와 같은 대학에서 영어학을 가르친 심인곤 교수였다. 나는 심 교수가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는 편이다. 심 교수는 나와 가까이 살았고 같은 교회에서 봉사했기 때문에 유자격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걸음을 걸어도..

[강천석 칼럼] ‘윤석열 保有 정당’과 ‘이재명 보유 정당’

조선일보 2023. 9. 9. 03:11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에만 毒 되고 害 된 게 아니다 正義로운 전쟁도 국민 지치게 하면 마음 돌아서게 만들어 한국 대통령 선거는 전쟁이다. 휴전도 종전(終戰)도 없는 무한 전쟁이다. 타국과 벌이는 전쟁보다 참혹한 것이 내전(內戰)이다. 6·25를 겪어본 나이 든 세대는 안다. 영국 총리 처칠은 “전쟁을 끝내려면 패자의 승복(承服)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승자의 관용으로 전쟁의 관(棺)에 못을 박을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씨는 승복 대신 친정집 도피를 선택했다. 이재명 대표의 도피 생활 1년 득실(得失)은 어떨까. 이 대표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제1 야당 대표라는 방패를 들지 않았더라면 그는 진즉 구속됐을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조차 이 대표가 몇 가지 혐의를..

[송호근의 세사필담] OC목장의 결투

중앙일보 2023. 9. 5. 00:56 해양과 대륙 간 진자운동 역사 출구없는 이분법 격돌정치 초래 이념 도리깨로 역사를 타작하면 한국은 순백의 초원으로 나갈까 가을비가 폭염을 멀리 보냈다. 곧 추석이 올 것이다. 오래전 추석엔 극장가가 붐볐다. ‘미워도 다시 한번’ 같은 애정극, ‘OK목장의 결투’ 같은 서부극이 인기였다. 필자는 서부활극파였다. 악당이 총에 맞는 순간의 짜릿함이라니. 석양 속으로 사라지는 총잡이의 고독에 매료됐다. 불과 몇 초의 결투로 OK목장은 평정을 되찾는다. 소와 말이 사이좋게 풀을 뜯어 먹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절대 안 바뀌는 것들이 있다. 머리와 가슴을 짓이기는 이분법 격돌정치. 국민도 진영화된 격투기에서 타협은 배신, 휴전은 굴종이다. 문패가 5년마다 바뀐다니 팬덤,..

[김형석의 100년 산책] 120세도 바라보는 시대,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중앙일보 2023. 9. 1. 00:37 100세 넘으면 신체적 부담 커져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천만근 95세부턴 정신이 몸을 이끌어 행복한 삶에 대한 희망이 중요 100세는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공동체에 대한 책임 완수해야 한국과 일본, 100세를 보는 다른 눈 여론조사 통계를 본 적이 있다. ‘100세까지 살고 싶으냐’는 물음에 한국 사람은 51%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일본인은 22%만이 그때까지 살고 싶다고 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장수인구가 많은 나라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100세 이상 인구는 9만 명이다. 우리보다 10배가 높은 셈이다. 그런데 왜 일본인들은 78%가 100세 이상 살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100세 이상의 장수를 행복한 삶이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

[김순덕 칼럼]누가 ‘귀신 잡는 해병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가

동아일보 2023. 8. 30. 23:51 해병대사령관 “안보실 2차장과 통화” 대통령실은 일제히 수사외압설 부인 이 땅의 여자들은 군인이 애인이다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은 철통같은가 ‘당신들은 모르실 거예요/이 땅에 태어난 여자들은/누구나 한때 군인을 애인으로 갖는답니다’. 시인 문정희는 ‘군인을 위한 노래’에서 이렇게 썼다. 소녀 때는 군인에게 위문편지를 쓰고 처녀 때는 군대로 면회를 가고 어느 중년의 오후 군복 벗은 그를 우연히 만나 속으로 조금 울기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 아들” 하면서 아들을 애인처럼 여기는 군화모(군인 아들을 둔 부모님 카페) 회원들은 요즘 아들이 무탈하게 제대할 수 있을지 끌탕을 한다.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석관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을 하던 스무 살짜리 채모..

[강천석 칼럼] 지금 한국에 절실한 興亡의 감각

조선일보 2023. 8. 26. 03:11 한국 정치인, 역사의 패잔병·세계의 낙오병 길 걷겠는가 그렇다면 당신 앞 거울 속 얼굴에 침을 뱉어라 대국(大國)이란 어떤 나라일까. 이번 기회를 놓쳐도 다음 기회를 기다릴 여유가 있는 나라다. 그들에겐 두 번째 세 번째 기회가 있다. 100년·200년·1000년 세계를 쥐락펴락 했던 로마·영국·미국 역사에도 주기적(週期的)으로 위기가 찾아왔다. 개혁 적기(適期)를 놓쳐 위기가 깊어졌던 시대도 있었다. 그렇다고 나라가 망하지 않았다. 10년 20년 후 나라를 고쳐 세워 국가 수명을 연장하고 번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소국(小國)은 다르다. 항상 이번 위기가 결정적 위기라고 각오하고, 이번 기회가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나라다. 이스라엘과 싱가..

[김순덕 칼럼]“대통령부터 달라지겠다” 한마디가 그리 어려운가

동아일보 2023. 8. 16. 23:51 윤 대통령 혼자 숨 가쁘게 뛰는 사이 공직사회는 무능·무책임할 자유 만끽 ‘일 잘하는 정부’ 내걸고 잼버리로 망신살 인사 편중부터 고쳐 공공개혁 시작하라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난 사이, 국내는 ‘옷로비 사건’으로 들끓고 있었다. 김대중(DJ) 대통령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내가 나라의 위상을 높여보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었는데도 정상외교는 신문 한쪽 구석에’ 실렸고(김대중 자서전), 기자들 관심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성과 아닌 장관 문책에 쏠렸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식으로 처리하면 후환을 남길 것”이라고 답한 DJ의 독선과 오만은 결국 대통령 사과로, 국회 청문회와 최초의 특검 수사로, 법무부 장관과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