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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05] 뱀의 다리

바람아님 2015. 2. 24. 09:59

(출처-조선일보 2015.02.24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
세상에 뱀처럼 기이한 동물이 또 있을까 싶다. 
무슨 연유로 멀쩡한 다리를 포기하고 평생 기어다니며 사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약 1억년 전 중생대 중반에 도마뱀이 다리가 퇴화하며 뱀으로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영국에서 1억6700만년 전 중생대에 살던 뱀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몸은 이미 지금의 뱀처럼 퍽 긴 원통형을 갖췄지만 여전히 네 다리를 지니고 있었다. 
레바논과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1억년 전 뱀 화석에도 아직 뒷다리가 남아 있는 걸로 보아 
초기 뱀은 앞다리부터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다리를 잃으면서도 뱀은 현재 3400종으로 분화하여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있다.

약 3억7500만년 전 다리가 넷 달린 척추동물이 늪을 빠져나와 뭍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포유동물은 약 2억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그 당시는 공룡이 판을 치던 세상이라 숨죽이고 살다가 6500만년 전 
거대한 운석이 카리브해에 떨어져 엄청난 기후변화를 일으키며 공룡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드디어 활개를 치게 됐다. 
그러다가 5000만년 전 무슨 까닭인지 일군의 포유동물이 오던 길을 거슬러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늘날 80종 정도 남아 있는 고래들은 물로 돌아갔어도 여전히 허파로 숨을 쉬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 
세상에서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할 수 있게 됐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얻는 것과 잃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해로운가" 물었다. 
애플의 팀 쿡은 "남의 것이라도 좋은 것이라면 얼마든지 가져다 쓸 수 있다"며 역대 최대 호황을 이끌어냈지만 
나는 애플의 호황은 그저 '반짝 호황'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궁지에 몰려 전혀 애플답지 않은 변신을 도모한 것이 잠시 소비자의 마음을 얻은 것뿐이다. 
쿡도 그렇지만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도 카리스마형 리더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냉정하게 계산하고 가차없이 버릴 줄 안다 들었다. 
노자는 또한 "방과 그릇을 크게 쓰려면 비우라"고 가르쳤다. 
삼성이 과감히 버리고 비우며 끝내 고래와 뱀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