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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07] 소금의 재발견

바람아님 2015. 3. 10. 17:00

(출처-조선일보 2015.03.10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

국제학회에 특강 요청을 받아 일본에 와 있다. 

일본 음식을 워낙 좋아해 일본에 오자마자 음식점으로 달려가 이것저것 먹었는데 어찌나 짠지 온종일 

물병을 입에서 떼지 못했다. 소금은 빛과 더불어 성경 가르침의 두 핵심어다. 

훗날 거국적인 해방운동으로 번진 간디의 단디(Dandi) 해안 행진도 소금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한 

영국 정부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됐다. 소금이 인류 역사를 바꾼 것이다. 

소금 속 나트륨과 칼륨 이온이 신경세포의 막을 교대로 넘나들며 생성하는 전위차의 변화가 

신경을 따라 전파되며 우리 몸의 모든 생리 현상이 조절된다.

우리의 생존에 이처럼 중요한 소금이 언제부터인가 심혈관 질환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온 세상이 온통 '저염 호들갑'을 떨고 있는 마당에 최근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연구진은 

소금이 박테리아로부터 세포를 보호한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우연히 다른 쥐에게 물린 쥐의 피부에서 정상적인 피부 세포보다 훨씬 다량의 나트륨을 발견했다. 

염화나트륨을 다량 주입한 쥐와 인간의 세포에서 면역 작용이 활발해지는 사실도 확인했다. 

나트륨을 다량 함유한 사료를 먹은 쥐들이 병원균에 대해 훨씬 강한 면역 반응을 보였고 회복도 훨씬 빨랐다.

특별히 눈 밝은 독자들은 이거야말로 과학자들이 실험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가 생활 지식으로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간고등어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먹거리를 신선하게 저장하는 수단으로 소금에 절이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치약이 귀하던 시절에는 소금으로 이를 닦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얼씨구나 하며 다시 짠 음식을 드셔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그들이 실험에 사용한 나트륨의 농도는 4%로 쥐 사료의 나트륨 농도보다 무려 스무배나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소태를 씹어야 약효가 있다는 걸 발견했을 뿐이다. 

그렇긴 해도 음식점들은 왜 여전히 소금을 쏟아붓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