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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09] 옥시토신, 기적의 호르몬?

바람아님 2015. 3. 24. 23:11

(출처-조선일보 2015.03.24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이화여대 석좌교수
얼마 전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여배우가 
정작 마취에서 깨어나 아이를 받아 들었을 때 서먹서먹해서 당황스러웠다는 고백을 했다. 
우리나라 제왕절개 분만율은 한동안 35~40%를 유지하더니 최근에는 전체 분만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제왕절개 분만율이 25%인 미국에 비하면 거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다른 산모들도 이 여배우와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 궁금하다.

제왕절개로 분만한 어미 양은 새끼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다. 심지어는 발로 차고 머리로 받기까지 한다. 
자연분만은 새끼가 산도를 빠져나올 때 그 자극으로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어미로 하여금 
자기 새끼를 알아보게 돕는다. 그래서 제왕절개 수술을 하더라도 어미 양에게 옥시토신을 함께 주사하면 
자연분만으로 새끼를 낳은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요사이 병원에서는 제왕절개 수술 중 출혈이 심할 경우를 대비해 혈관 수축용으로 옥시토신을 거의 
일상적으로 주사하는데, 이것이 산모가 아기를 알아보는 데 도움을 주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실수로 뒤바뀐 아기도 거리낌 없이 품는 걸 보면 인간은 호르몬의 영향보다 더 상위 수준의 인지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 같다.

옥시토신은 남자의 바람기를 줄여 가정에 더욱 충실하게 만들기 때문에 일명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한다. 
또한 여러 다양한 동물에게 옥시토신이 사회성 증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자폐증 환자의 
사회 적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에 보조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옥시토신이 최근 하버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남성들로 하여금 음식을 덜 먹게 할 뿐 아니라 
기름기 있는 음식을 피하게 만든단다. 이처럼 비만 치료제 가능성 외에도 옥시토신은 알코올중독을 완화하는 효과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지금까지 드러난 부작용도 비교적 심각하지 않은 편이라 조만간 
너도나도 옥시토신 정제를 복용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