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3.17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 최재천
- 국립생태원장·
- 이화여대 석좌교수
세월호 사고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인성 피폐 현황이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야기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인성이란 것이 여야 국회의원들이 호들갑스럽게 '인성교육진흥법'까지 만들며 매뉴얼 훈련을
시킨다고 갑자기 복원될 수 있는 것일까?
국립생태원의 초대 원장이 되어 200명에 가까운 연구원과 행정요원을 채용하는 과정에 모든 기관이
다 한다기에 우리도 인성검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평소 연구나 업무 능력이 탁월하다고 알고 있던
지인 몇 명이 덜커덕 낙방하는 게 아닌가? 하도 어이가 없어 인성검사 전문가들을 만나봤더니,
공무원 채용 시험과 대기업 입사 시험에서 종종 사용하는데 실제로는 조직 문화를 해칠 기질이나
정서적 특성을 지닌 사람을 걸러내는 기능이 강하다고 귀띔해줬다. 분명한 사실은 국립생태원 전체에서
인성검사에 떨어질 영순위는 단연 나란다. 자유로운 영혼은 애당초 통과하기 어려운 관문이란다.
더욱 가관은 1차 채용 인성검사에서 낙방한 사람들이 열심히 연습하여 2차, 3차 채용에서는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더라는 것이다.
인성 평가를 정량화하면 그에 따른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국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
독일의 철학자 막스 셸러는 '개별 인격'과 '총체 인격'을 나누어 설명했다.
독일의 철학자 막스 셸러는 '개별 인격'과 '총체 인격'을 나누어 설명했다.
구성원의 '개별 인격'이 모여 사회적 인격 또는 국가적 인격, 즉 국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핵심 덕목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공감·소통 능력이나
갈등해결 능력' 등의 핵심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했다지만,
자칫 '총체 인격'을 먼저 설정해놓고 획일적인 교육을 실시하면 개성과 창의성을 짓밟을 수 있다.
인성교육이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무성격자만 양산하는 '무성교육'이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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