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他/최재천의자연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04] 공룡과 龍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바람아님 2015. 2. 17. 10:08

(출처-조선일보 2015.02.17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
노천명 시인은 사슴을 가리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 했다. 

그러나 목이 긴 걸로 치면 단연 기린이 으뜸이다. 곧추섰을 때 키가 얼추 6m인데 목이 2m나 된다. 

기린이 달릴 때나 물을 마실 때 몸길이의 3분의 1에 이르는 목을 어쩌지 못해 거추장스러워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기린도 울고 갈 기이한 공룡이 발견됐다. 

몸길이가 15m인 것도 놀랍지만 목 길이가 장장 7m가 넘는다. 몸길이의 거의 절반이 목인 셈이다. 

고생물학자들은 이 공룡에게 '키지앙롱(Qijianglong)' 즉 '키지앙의 용'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공사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가끔 고꾸라지는 걸 보면 도대체 이 공룡은 어떻게 그 긴 목을 쳐들고 

살았을까 궁금하다. 

이번에 발견된 키지앙롱은 머리뼈와 목뼈가 거의 온전하게 발견됐는데, 머리는 몸집보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작고 

목뼈는 속이 텅 비어 있어 보기보다 훨씬 덜 무거웠을 것이란다. 그리고 목뼈 관절 구조로 미뤄 우리가 만들어 쓰고 있는 

크레인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목도 좌우보다는 주로 위아래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기린은 진화 과정에서 목의 상대적 길이는 줄이고 대신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유연성을 얻은 듯싶다.


용의 전설이 오로지 동양 문화에만 있는 줄 알았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비록 부르는 이름은 다를지라도 용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 살아 있다. 그 옛날 아프리카에서는 나일강의 악어와 맞닥뜨리며 

용의 존재를 상상했고,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모니터도마뱀이 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어쩌다 바닷가로 밀려와 뼈만 남은 고래는 세계 여러 해안 지방에서 용으로 승천했다.

키지앙롱이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이번에 처음 발견된 것일까? 그저 이번에 처음으로 과학자들이 연구했을 뿐일지 모른다. 

화석의 정체와 진화의 개념에 대해 무지했던 그 옛날 거대한 공룡 뼈를 마주한 고대인이 용을 창조해낸 과정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