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2.03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휴대전화 링톤(ringtone)으로 '빈센트(Vincent)'를 들은 게 올 들어 벌써 네 번째다.
'별이 빛나는 밤에(Starry, starry night)'로 시작하는 매클린(Don McLean)의 이 노래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의 노래 중에서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더 좋아한다.
영어 공부 삼아 외운 팝송 중에서 내가 가장 탐닉했던 가사다.
'아주 먼 옛날/그 음악이 어떻게 나를 미소 짓게 했는지 나는 아직도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2월은 나를 몸서리치게 만들었다/…/음악이 죽은 그날.'
매클린이 말하는 '음악이 죽은 날'이란 바로 1959년 2월 3일 버디 홀리(Buddy Holly)가 비행기 추락
매클린이 말하는 '음악이 죽은 날'이란 바로 1959년 2월 3일 버디 홀리(Buddy Holly)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날이다. 홀리는 활동 기간이 기껏해야 3년밖에 안 됐지만 음악평론가들로부터
초기 로큰롤 음악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음악인으로 평가받는다. 기타 둘, 베이스 하나, 드럼 하나로
만든 그의 밴드 '크리켓츠(The Crickets)'의 구성은 이내 록밴드의 표준이 되었다. 딱정벌레를 연상시키는
이름 비틀스(The Beatles) 역시 홀리의 '귀뚜라미 밴드'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란다.
비록 요절했지만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긴 버디 홀리에 비견할 우리나라 가수가 있다면, 그는 아마 유재하일 것이다.
홀리와 마찬가지로 유재하 역시 겨우 3년 남짓 활동하다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이름의 앨범 한 장을 달랑 남겼을 뿐이지만 "우리나라 발라드 음악은 모두 유재하 음악의 모방"이라는
평이 나돌 정도로 그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나는 한때 종로 바닥의 음악 다방 디제이 대타를 뛸 만큼 팝송에 푹 빠져 살았다.
버디 홀리는 미국에 유학하여 뒤늦게나마 가까이 접할 수 있었지만 유재하가 활동하던 시절 내내 이 땅에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짧고 굵게 살다간 이들 앞에 가늘고 길게 살고 있는 내가 어딘지 초라하고 구차하다.
"유재하 - 사랑하기 때문에"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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