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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00] '달콤한 돈'

바람아님 2015. 1. 20. 10:34

(출처-조선일보 2015.01.20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얼마 전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 동아줄을 타고 주민 10명을 구한 영웅 이승선씨가 
어느 독지가가 내놓은 성금 3000만원을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라며 사양했단다. 
건물 벽면에 간판 다는 일을 하는 그는 그날 우연히 화재 현장을 지나다 
마침 갖고 있던 밧줄을 이용해 귀중한 생명을 구한 것이다. 
"시민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한사코 성금을 고사한 그는 우리 모두 곱씹을 만한 
명언을 남겼다. "땀 흘려 번 돈이라야 달콤하다."

돈에는 나름대로 독특한 맛과 냄새가 있단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공항에는 달러 탐지견까지 등장했다. 
돈 냄새를 맡았거나 돈맛을 아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시장이다. 
시장에서 돈을 긁어모으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돈맛이 짜릿하단다. 
하지만 돈에서 달콤한 맛이 난다는 얘기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 
어렵게 땀 흘려 번 돈에서는 찝찔한 냄새는 날망정 맛을 보면 달콤한가 보다. 
그런가 하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덥석 챙긴 돈에서는 어김없이 구린 냄새가 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구린 냄새는 돈이 아니라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거머쥔 사람에게서 나는 것이다.

나는 올해 시무식에서 개원한 지 겨우 1년 남짓한 우리 국립생태원을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느라 땀 흘려 일한 직원들을 
선발하여 상장과 상금을 수여했다. 대상인 '생태人상'은 축구장 92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방대한 시설의 안전과 관리를 
책임지는 박술현 시설관리과장이 수상했다. 그런데 이번 겨울 사흘이 멀다 하고 쏟아붓는 눈을 치우느라 이른 새벽부터 
비지땀을 흘리며 사는 그는 동남아시아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와 어려운 가족을 부양하느라 힘든 청소 일을 하는 
부하 직원에게 상금 50만원을 선뜻 건네주었다. 그 돈은 누가 뭐라 해도 그가 땀 흘려 번 달콤한 돈인데 더 어려운 사람을 
돕자며 내놓은 것이다. 돈을 달콤하게 만드는 이런 분들 덕택에 우리 사회는 아직 살 만한 곳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