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3.03 김현철 가수)
요즘 나는 '오후의 발견'이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매일 오후를 보낸다.
많은 청취자가 여러 가지 사연을 보내준다.
그 사연도 사연이지만 하는 일과 관심 분야, 연령대가 무척 다양하다.
대부분 서너 개 문장으로 된 비교적 짧은 글이긴 하지만,
그런 사연을 읽으면서 문득 글을 보내준 사람의 인생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분은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기에 저렇게도 푸근한 걸까?
이분은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기에 저렇게도 푸근한 걸까?
나 같으면 벌써 쓰러졌을 것 같은데 저런 고통을 이기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저분이 가진 유머 감각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일까?
우리는 모두 가로줄과 세로줄로 된 모눈종이 위에서 사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가로줄과 세로줄로 된 모눈종이 위에서 사는 것 같다.
그 모눈종이 위에는 '현상'이라는 가로줄과 '역사'라는 세로줄이 그려져 있다.
우리 프로그램에 보내주는 시청자들의 요즘 사는 이야기, 즉 여러 가지 사연이 현상이라면,
사연을 보낸 사람의 인생이 역사일 것이다.
가로와 세로를 긋는 그 수많은 줄이 말 그대로 종횡무진 교차하면서 '나'를 만든다.
내가 살아온 인생 때문에 어떤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것이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 내 인생을 만드는 것 아닐까.
그만큼 현상과 역사가 모두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너무 현상에 대한 이야기만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너무 현상에 대한 이야기만 많이 하는 것 같다.
그야말로 각 분야에서 요즘 벌어지는 일들만 화제로 삼는다.
역사를 이야기하면 지루해지기 쉽고 인생을 이야기하면 잘난 척이 되거나 자기 비하로 흐를 수도 있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사람에 대해서뿐 아니라 사물이나 사건, 또는 개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로 그 역사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모든 현상은 역사를 수반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좀 더 분명하게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오후도 누군가의 인생이 담긴 이야기를 기대하며 시그널 음악을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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