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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일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北철도 현대화 14兆시장… 진출 적극 모색”

바람아님 2015. 4. 21. 09:20

기사입력 2015-04-20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서울 용산구 수도권본부에서 경원선 복원 노선도를 보여주며 경원선의 경제적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에 복원되는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역∼군사분계선 구간은 기존 경원선에서 약간 동쪽으로 휘어져 건설된다. 


“경원선은 러시아로 가는 최단거리 철도노선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물류길을 열려면 남북 간 교통망 가운데 가장 먼저 복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최근 서울 용산구 수도권본부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철도공단은 정부 경원선 복원 사업(강원 철원군 백마고지역∼군사분계선)의 실제 공사를 맡고 있다.

19일 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경원선은 남북을 잇는 3대 철도망 중 유일하게 남북 연결 구간이 끊겨 있다. 경원선을 가동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백마고지역∼월정리역 9.3km 구간을 복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한 평강역까지 총 22.7km 구간이 복원되면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북한 5대 도시 중 하나인 원산을 거쳐 러시아까지 달릴 수 있다.

강 이사장은 “3월 말 경원선 복원을 위한 사전조사를 끝냈기 때문에 곧 설계 발주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상 1년이 걸리는 설계를 마친 뒤 시공에 들어가면 완공까지 4년 이상 걸린다. 강 이사장은 “경원선 복원은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는 대표적인 사업인 만큼 올해 8월 설계와 동시에 시공을 시작하면 2017년 하반기(7∼12월)에 완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한과 러시아가 공동 추진하는 3각 경제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남북 철도망이 복원되면 사업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이사장은 “현재 러시아 시베리아산 유연탄을 한국으로 들여오려면 블라디보스토크∼하산∼북한 나진항까지 철도로 운송한 뒤 배로 강원 묵호항까지 실어 날라야 한다”며 “남북 모두 경원선을 복원하면 철도로만 한번에 운송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가 성공하려면 북한 철도의 현대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경의선(서울∼평안북도 신의주)의 개성∼평양∼신의주 구간의 철로를 현재 상태에서 단순 보수하면 약 2조 원, 열차가 시속 200km로 달릴 수 있는 새 철로를 깔면 약 14조 원이 든다”면서 “앞으로 중국, 러시아 철도를 잇는 물류혁명을 위해 새 철로를 깔도록 남북이 합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는 북한 철도 지선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등 북한 철도망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자칫하면 철도설계 주도권을 주변 강대국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철도 현대화는 향후 북한의 철도 운영과 자원 개발,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중요한 사업이라 이를 선점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정치적 손실이 크다는 게 강 이사장의 설명이다.

한편 철도공단은 2009년 12월 착공한 고속철도(KTX) 호남선을 이번 달에 개통했다. 강 이사장은 “KTX 호남선은 핵심 기술을 외국에 의존했던 KTX 경부선과 달리 철로와 열차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 한국 철도산업에 의미가 크다”며 “연간 200조 원에 이르는 해외 철도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스페인, 중국 등이 관심을 보이는 120억 달러(약 12조9600억 원) 규모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건설사업 수주가 당면 과제다. 강 이사장은 “건설, 설계, 차량, 운영 등이 패키지로 진출해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철도공사를 비롯해 한국의 건설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