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 노동개혁 없이 사상 최악 청년실업 풀 수 있나

바람아님 2015. 5. 15. 09:30

세계일보 2015-5-14

 

청년실업률이 지난달 10.2%에 달했다. 4월 통계치로는 1999년 6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다. 낙담하고 지쳐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한 니트족은 147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15∼29세 청년층 인구의 15.5%를 차지하는 규모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취업·고시 준비생, 구직 단념자를 합한 실질 청년실업률은 2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엊그제 발표한 고용통계에 드러난 실상이 이렇다.

청년실업률이 꺾이지 않는 근저에는 경제난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활기 잃은 경제만이 그 원인은 아니다. 왜곡된 노동시장이 청년층을 '실업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노동시장의 왜곡은 경직된 고용구조와 밥그릇을 지키려는 기성 노조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현대자동차 노조에서 그 단적인 예를 볼 수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어제 내놓은 분석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15개 계열사 임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지난해 9171만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현대차 노조는 2006년 58세에서 60세로 늘린 정년을 65세까지 늘려 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다. 고용세습 악습도 판을 친다. 한번 입사하면 해고하기도 힘들다. 그런 현대차 국내 공장의 생산성은 세계 꼴찌다. 다른 대기업도 대동소이하다. 공기업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장의 혈맥은 막히고, 청년이 일자리 구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더 힘들다. 경총이 최근 377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4곳 중 1곳이 '올해 채용 계획을 결정하지 않았거나 유동적'이라고 답했다. 고비용·저효율 수렁에 빠진 기업이 새로 채용을 해도 태반은 비정규직이다.

노동시장의 왜곡이 지속되면 청년에게는 희망이 사라진다. 곪아가는 우리 경제도 치유하기 힘든 중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청년을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 임금피크 대상자와 채용된 청년 한 쌍당 월 9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근본 처방이 아니다. 빚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법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만 33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노동시장 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한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도입, 근로시간 단축을 전면화해야 한다. 정부와 여야는 '노동시장을 수술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침몰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개혁에 나서야 한다. 노동계가 기득권에 매달리면 재앙만 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