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친노·비노 정면충돌 직전 “휴전” … 새정치련, 공천 혁신기구 만든다

바람아님 2015. 5. 17. 11:37

[중앙일보] 입력 2015.05.16

비노 전병헌 “절제의 시간 필요”
‘공천 기득권’ 계파 갈등 주춤

 

새정치민주연합 정대철 상임고문(왼쪽) 등 비노(非盧) 성향 원로들이 15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찬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상임고문은 “(문재인 대표는) 당의 국민적 지지를 증폭시키고, 총선과 대선을 이기기 위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정대철·이용희·권노갑·김상현 상임고문. [뉴시스]

 


국회 대표실에서 15일 오전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얼굴엔 웃음기가 없었다. 모두발언에서 그는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이 바라는 것을 흔들림 없이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날(14일) 자신이 쓴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이 의도치 않게 공개되면서 생긴 분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생각이 담긴 발언이었다.

 회의에서 비노계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대표께 당 혁신안 마련을 위한 시간을 드려야 한다”며 “서로 절제의 시간과 휴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직 개편’을 요구했던 오영식 최고위원도 “대표를 중심으로 지도부가 책임 있게 수습 방안을 만드는 데 총의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고의냐 아니냐 논란이 많았지만 문서가 유출된 과정은 단순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당 중진인 원혜영 의원이 이날 김현미 대표비서실장에게 전화해 “전날 문 대표의 메시지가 이미 발표된 것으로 잘못 알고 회의실에 있는 발표문을 가져오지 않고 그대로 두는 바람에 기사화가 됐다”고 실토하면서다.

 당 지도부는 계파 간 갈등의 경우 ‘휴전’하는 대신 공천 혁신 등 당 개혁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날 오후 다시 소집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선 모든 계파가 참여하는 ‘혁신기구’에서 당 쇄신안을 만들기로 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혁신기구에서 공천기득권 포기 등 모든 의제를 제한 없이 논의할 것”이라며 “혁신기구의 구성에 있어 당의 단합을 위해 폭넓은 탕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초계파적 쇄신기구를 가동시키겠다는 의미다. 회의 뒤 전병헌 최고위원은 “원천적으로 범계파적 혁신기구를 만들기로 문 대표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친노계와 거리를 둬 온 원로들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의 권노갑·정대철·이용희·김상현 상임고문은 이날 아침 서울 하얏트호텔의 한 식당에 모였다. 당내 비주류를 ‘기득권을 지키고 공천 지분을 챙기기 위해 당을 흔드는 사심’ 세력으로 규정한 문 대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동교동계의 맏형인 권 고문은 기자들에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절대 지분 문제가 아닌데 문 대표가 상황 인식을 우리와 다르게 표현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문 대표가 이 상황이 지나면 대통령으로 곧 가는 줄 아는 것 같다. 웃기는 사람”이라며 “사태를 수습하려면 (공천에 대한) 공정한 룰을 밝히는 게 보탬이 되는 건데 ‘지분 나눠먹기’라니…, 김대중·김영삼도 한 건데 문 대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 대표의 글 속에서 ‘지분을 요구하는 사람들’로 직격탄을 맞은 당내 비노계 의원들도 부글부글 끓었다. 김한길 의원 의 한 측근은 “김 의원이 가까운 의원에게 전화해 ‘문 대표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냐’며 불쾌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문 대표 책임론’을 주장해온 박지원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비노가 무슨 기득권을 갖고 있나. 기득권은 친노가 갖고 있다. 당을 수습하는 대표로서의 언행이 아니다”고 했다.  

강태화·이지상·위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