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5.21 조인원 멀티미디어영상부 차장)
달리의 점프 컷 남긴 홀스먼과 半裸 '걸레 스님' 찍은 육명심, 소통으로 명사들의 개성 포착
한 人物의 인생 이력과 성격을 사진 한 장에 어떻게 구현할까
특히 그의 가장 화려한 시절은…
- 조인원 멀티미디어영상부 차장
넥타이나 하이힐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마음만은 최고로 멋지게 남기고 싶다.
앨범용 촬영을 끝내고 친구들과 찍는 사진으로 꼭 한번 해보는 포즈가 하나 있다.
일제히 하늘로 뛰며 찍는 '점프 컷(jump cut)'이 바로 그것이다.
카메라 연속 촬영 기능이 대중화되면서 점프 모습은 여행 사진이나 졸업식 또는 단체 사진에서
꼭 한번 시도하는 사진이 되었다.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을 모두 점프시켜서 사진집을 낸 사진가도 있다.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을 모두 점프시켜서 사진집을 낸 사진가도 있다.
라트비아 출신의 미국 사진가 필리프 홀스먼(Philippe Halsman·1906~1979)은 한 코미디언 촬영 때
찍은 점프 동작이 잘 나온 것에 착안, 이후에 메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같은 여배우부터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영국 에드워드 8세와 심프슨 부인 등 유명 인사 200여 명을 전부 카메라 앞에서 뛰도록 설득해서
촬영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사진이었다.
홀스먼은 5시간 동안 만족할 때까지 촬영을 시도한 끝에 화가 달리와 캔버스, 고양이, 그리고 물줄기 한 바가지가
허공에서 튀는 모습을 포착했다.
역사상 가장 독특한 화풍(畵風)의 초현실주의 화가를 사진가 나름대로 독특하게 표현한 것이다.
홀스먼은 "점프에 신경 쓰느라고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긴장을 놓는다"며
"점프하는 순간 가식과 위선을 버린다"고 했다.
홀스먼의 인물 사진은 단순히 점프 컷만으로 대표되지 않았다.
홀스먼의 인물 사진은 단순히 점프 컷만으로 대표되지 않았다.
과학자 아인슈타인, 배우 메릴린 먼로,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등의 가장 널리 알려진 사진이 모두 홀스먼 작품이다.
홀스먼은 인물의 개성 있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상대방 마음이 열릴 때까지 계속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급하게 찍히는 사진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새겨들을 만하다.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1970년대 한 문예지에서 의뢰받아 시인들을 촬영하며 시작된 그의 작업은
후에 화가·국악인·영화감독 등 예술계 전체를 망라했고 '문인의 초상' '예술가의 초상' 등 사진집으로 발표됐다.
육명심의 인물 사진 속엔
얼굴에 먹을 묻힌 채 반라(半裸)로 소년처럼 웃고 있는 걸레 스님 중광,
트렌치코트에 파이프를 입에 문 영화감독 김기영,
옷고름도 풀어헤친 채 활짝 웃고 있는 젊은 시절의 시인 고은 등이 있다.
말술로 유명한 시인 뒤에 적힌 '금주(禁酒)'라는 글씨가 사진을 보며 미소 짓게 한다.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알아야 이런 사진이 나올 수 있다.
그는 평소 "상대방과 소통하면서 대화해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며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까'보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과 소통할까'를 먼저 고민하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인물 사진은 찍을수록 어렵다. 힘들게 산을 하나 넘어도 더 높은 산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인물 사진은 찍을수록 어렵다. 힘들게 산을 하나 넘어도 더 높은 산이 버티고 있다.
한 인물의 살아온 과거와 성격을 사진 한 장으로 드러내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10년 전 이맘때였다. 아침 일찍 서울 근교의 한 요양원을 찾아갔다.
10년 전 이맘때였다. 아침 일찍 서울 근교의 한 요양원을 찾아갔다.
그곳엔 한두 가지 병(病)이 있는 독거노인들이 의료진의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
자원봉사자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시설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중환자방'이라는 곳에 들어갔다.
무거워 보이는 커튼이 아침 햇살을 막고 있었다. 한쪽 벽 위엔 할머니의 사진이 든 액자가 걸려 있었다.
엉뚱하게도 '저 할머니가 이 방 대장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공서나 정당에 사진이 걸린 제일 높은 사람처럼.
낯선 방문객을 올려다보는 한 분께 다가가 왜 저 사진만 걸려 있는지를 물었다.
낯선 방문객을 올려다보는 한 분께 다가가 왜 저 사진만 걸려 있는지를 물었다.
어르신은 "예전에는 저 벽에 사진이 가득 찼는데 모두 떠나고 저 할머니 혼자만 남았다"며
"나도 빨리 찍어야 되는데…"라고 했다.
그것은 벽 아래 돌아누워 있던 노인의 영정 사진이었다.
몇 달에 한 번씩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로 영정 사진을 찍어주고 가는데 방안 침대 일곱 개 중 다른 분은 모두 떠나고
제일 오래 계신 그분 사진만 걸려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들어온 다른 환자들은 아직 영정 사진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남은 시간을 헤아리며 자신의 모습을 보는 기분이 어떨까?
물어봤던 것이 미안했다.
혹시나 마음 상하지 않았는지를 요양원장께 물었더니 오히려 정반대라고 했다.
환자들은 대부분 "왜 내 영정 사진은 빨리 안 찍어 주느냐?"며 볼 때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조른다는 것이었다.
더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찍고 싶다면서.
그들도 한때는 꿈 많은 소녀였고, 한 남자의 열렬한 사랑이자 아이들의 어머니였을 것이다.
그들도 한때는 꿈 많은 소녀였고, 한 남자의 열렬한 사랑이자 아이들의 어머니였을 것이다.
세월은 흐르고 사람들은 변하지만 누구든지 자신의 가장 빛나는 모습을 남기고 싶어 한다.
기억보다 기록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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