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6.12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가볍게 짓다 |
선조 연간의 시인 권필(權韠·1569~1612)의 시다.
평생을 얽매인 데 없이 자유롭게 살다보니 속된 것들과 자주 부딪치고 생계가 넉넉하지 못하다.
개울가에 집을 장만했더니 문을 열면 바로 작은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창이 넓어 산이 훤히 보여서 좋으나 추녀가 짧아 빗물이 방 안에까지 들어와서 마뜩하지 않다.
기분이 좋을 때는 넓은 천지가 온통 내 세상처럼 느껴지지만 그것도 잠시,
할 일이 없어 무료한 세월을 보내는 인생이다.
버리지 못한 것은 시 쓰고 술 마시는 버릇,
내 멋대로 살아가는 결기와 자유를 나이 들어 간다고 포기하지 않으련다.
'文學,藝術 > 고전·고미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世說新語] [319] 쌍미양상 (雙美兩傷) (0) | 2015.06.17 |
---|---|
[정민의 세설신어] [167] 교정교태(交情交態) (0) | 2015.06.13 |
[정민의 世說新語] [318] 육회불추(六悔不追) (0) | 2015.06.10 |
[정민의 세설신어] [166] 풍중낙엽 (風中落葉) (0) | 2015.06.07 |
[가슴으로 읽는 한시] 딱따구리 (0) | 2015.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