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7.03 김윤덕 논설위원·문화부 차장)
"그래, 결심했어!"는 20년 전 '인생극장'이라는 TV 예능 프로가 퍼뜨린 유행어였다.
개그맨 이휘재가 두 가지 선택을 놓고 망설이다 주먹 불끈 쥐고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면 보는 이의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
새카만 신인이었던 심은하도 나왔다.
'내 주제에 무슨 CF 모델. 평범한 여자의 행복을 찾을 거야'라는 선택과 '누가 알아?
나도 CF 모델 돼 최진실처럼 성공할지'의 도전 앞에서 앳된 심은하가 고민했다.
그녀는 최진실 버금가는 스타가 됐다가 주부로 돌아갔다.
▶귀네스 팰트로가 주연한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가 개봉한 것도 그 언저리다.
▶귀네스 팰트로가 주연한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가 개봉한 것도 그 언저리다.
간발의 차로 지하철을 탔을 때와 놓쳤을 때 전혀 달라진 한 여자의 사랑과 인생을 코믹하게 그렸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버스나 전철 탈 때 머뭇댔다. 한 걸음 차이로 운명이 바뀔까 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 카피도 거리에 나부꼈다.
직장과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앞에 둔 20대 후반이라 더 예민했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무궁무진한 기회가 주어져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리만 긁적이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다. 1980년대 태어나 전쟁과 가난을 겪어본 적 없고, TV보다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친숙하며,
'예' '아니요' 대신 '글쎄요'라고 대답하는 게 특징이다.
기회의 홍수 속에 방향을 잃고 결정을 미루는 세대다.
▶우리나라에도 '결정 장애'를 앓는 20~30대가 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도 '결정 장애'를 앓는 20~30대가 늘고 있단다.
직업, 결혼 상대는 물론 무엇을 사먹고 입을지 같은 사소한 문제도 혼자서는 결정을 못 한다.
이를 겨냥한 애플리케이션도 성행이다. 점심 메뉴는 물론 연애 상담을 해주고 웨딩드레스도 골라준다.
이들은 정말 '140자 이상의 진지한 고민과 사고는 할 줄 모르는 세대'일까.
▶매일같이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니 '생각'이란 걸 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매일같이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니 '생각'이란 걸 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의심하기' 대신 '무조건 외우기'를 강요하는 학교 교육,
자식 인생에 시시콜콜 개입하는 부모의 과잉 애정도 문제다.
가장 큰 이유는 완벽한 삶에 대한 강박, 그리고 두려움이다.
도전과 실패야말로 청춘의 특권인데 말이다.
어머니, 아버지 세대는 달랐다. 못 배웠고 못 가졌지만 결단력, 추진력은 대단했다.
망설이는 자식에게 "일단 저질러. 아니면 말고" 하며 등을 떠밀었다.
"널 믿고 네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하라" 응원했다.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지만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을 기회 또한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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