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2015-7-1
우리는 사다리라는 단어에서 돌파를 기대한다. 자연과학에서 수많은 국면(phase)을 거쳐 단계(stage)가 바뀐다고 하는데, 사회과학에서도 자주 쓰인다. 사다리의 끝이 단계라면 발판들이 국면이다. 도입 7년째인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두고 시민사회가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다. 사법시험은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로스쿨이 사다리를 없앴다는 것이다. 이에 로스쿨 옹호론자들은 변호사가 더 이상 사다리 위쪽이 아니라고 말한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는 비난에 ‘변호사는 더 이상 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위 명문대를 어렵게 졸업해도 취직이 안 되는 세상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변호사는 여전히 좋은 직업이다. 문제는 사다리만 있고 발판이 없다는 것이다.
사다리 위의 선배를 올려다보는 우즈키. | 영화 <4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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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에서 학생을 입학시키는 기준도 없고, 변호사시험을 치러도 등수가 안 나오고, 법원에서 판사를 선발할 때도 근거가 없다. 다만 사다리 위를 올라간 사람만 있다. 그 밑에 남겨진 사람은 이유조차 모른다. 손에 쥐어진 것은 지나친 경쟁은 해롭다는 남의 속도 모르는 설명뿐이다. 그런데 6월 25일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 제도는 헌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반전과 역전의 기회조차 봉쇄한 채 입구의 차이를 출구의 차이로 연장시키고 있다.” 사다리 위의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디디고 올라가 품안에 안을 수 있을 때뿐이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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