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5-7-12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11조8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가뭄 피해를 극복하고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편성됐다.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와중에 메르스와 가뭄 피해가 겹쳤고, 그리스 위기, 중국증시 폭락 등 대외 변수도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나온 일종의 긴급 처방이다. 그만큼 신속한 집행이 효과를 가름할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 간 이견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요청 중인 20일까지의 추경안 처리는 고사하고 국회 차원에서 짜놓은 데드라인(23∼24일)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추경안에 포함된 5조6천억원 규모의 세입경정 예산의 삭감 여부다. 야당은 세수 확보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세입 메우기용 추경안 편성은 불가하다며 전액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세입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입경정을 하지 않으면 세출을 줄여야 하고 이는 추경을 통해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와 배치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야당은 추경안에 포함된 도로·건설 등의 사업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끼워넣기'라고 의심하면서 관련예산 1조5천억원을 삭감해 메르스 피해 지원 등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사회간접자본(SOC) 역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부양 사업의 하나라면서 원안 통과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최근 하향 조정했다. 그나마 이 수치는 추경이 적기에 집행돼 성장률이 0.3% 포인트 가량 진작되는 것까지 고려해 나왔다. 추경이 신속히 집행되지 않으면 정책적 효과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국회의 추경안 처리가 지연돼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얼렁뚱땅 추경안 심의를 끝낼 수도 없다. 정부 추경안에 포함된 세부사업은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무더기 '문제' 판정을 받았다. 예산정책처가 145개 추경 세부사업에 대한 분석결과 36개 사업에서 45건의 문제점이 파악됐다고 한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사업 4건 당 1건꼴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셈이다. 추경안이 제대로 메르스 확산 사태와 가뭄에 따른 피해를 지원하고 침체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다.
여야는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행여라도 있을지 모를 정치적 셈법은 버려야 한다. 추경안 중 메르스, 가뭄 피해 지원이나 경기 활성화와 무관한 지역민원성 선심 예산이 있다면 삭감하고 더 효율적인 곳으로 돌려야 한다. 야당의 자체 추경안에 포함된 저소득층 가구에 대한 2천140억원어치 온누리상품권 지급안도 논란이다. 야당은 저소득층 소비여력 증대, 전통시장 자영업자 지원, 내수경기 진작 등 '1석3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현금 살포와 마찬가지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고, 정책 효과도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적 득실을 떠나 추경 목적에 맞는지가 심의의 기준이 돼야 한다. 국회의 철저한 추경안 심의와 신속한 처리 모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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