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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당·정·청 한 박자로 개혁동력 되살려야

바람아님 2015. 7. 15. 09:04

서울신문 2015-7-14

 

새누리당이 이번 주 중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직 인선을 마무리짓고 ‘유승민 파동’의 충격에서 비로소 벗어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현기환 정무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50여일간 비워 뒀던 정치권과의 소통 창구를 정비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민생 현장 구석구석을 살피며 국정 변화 모멘템을 엿보고 있다. 그동안 겉돌았던 당·정·청, 세 바퀴가 비로소 비슷한 속도로 굴러갈 전기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학수고대했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국정을 맡은 당·정·청 간의 엇박자로 우리는 그동안 잃은 것이 너무 많다. 특히 박 대통령의 ‘배신자 심판’ 발언부터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까지 13일간 국정은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 그리스 사태로 원화 가치가 요동치는데도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 간 입씨름으로 날을 지새웠다. 일본 강제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외교부의 아전인수격 해석에 대해 새누리당 누구 하나 문제 삼지 않았다.

 

어제 우리는 또 하나의 슬픈 소식을 접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까지 덮쳐 결국 회사 문을 닫은 건축자재 납품업체 50대 사장의 이야기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그는 오갈 데 없어 컨테이너에서 끼니도 못 때우고 생활하며 노모 병구완까지 하다 결국 강도로 돌변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줄도산하고 있는 자영업자, 중소기업 운영자들의 현실이다. 그뿐인가. ‘3포세대’를 넘어 이제는 ‘7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이들은 절망하고 있다.

 

국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 세력이라면 마땅히 이런 암울한 현실을 부끄러워하고, 죽을 힘을 다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지만 최근 몇 달간 보여 준 집권 세력의 행태는 우리를 오히려 까마득한 절망의 절벽 끝으로 몰아세웠다. 대화 파트너가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대화를 단절한 게 벌써 85일이나 된다. 메르스다 뭐다 서민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쳤지만 당·정·청은 서로 자기 길을 가거나 권력투쟁을 벌이며 아무런 희망을 제시하지 못했다.

 

도무지 집권 세력다운 면모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최대 국정 과제인 이른바 4대 개혁은 사실상 실종됐다. 노동, 금융, 공공, 교육 어느 하나 제대로 개혁의 길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동력이 사라진 개혁이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 중순이면 임기의 반환점을 돌게 된다. 차츰 정리를 준비해야 할 단계라는 얘기다. 하루속히 개혁 동력을 되살려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개혁의 당위성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이대로는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꼭 4대 개혁에 국한할 필요도 없다. 우리 사회 전반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그걸 누가 주도하는가. 바로 집권 세력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당·정·청이 제대로 한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당직 개편, 청와대 정비에 이어 정부 쇄신을 하루속히 마무리해 당·정·청, 세 바퀴의 동심(同心) 운항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당·정·청 회의도 하루속히 속개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