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 6·25 전사자 호명하는 미국과 정전일도 잊은 한국

바람아님 2015. 7. 28. 09:25

세계일보 2015-7-27

 

6·25 정전 62주년을 맞아 미국 수도 워싱턴의 한국전쟁 참전 용사 기념공원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6·25참전용사기념재단 주도로 6·25전쟁에서 숨진 미군 전사자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것이다. 전사자 3만6574명의 이름이 모두 불리는 데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이 걸렸다. 호명행사에 참여한 참전 노장들은 “6·25는 결코 잊힌 전쟁이 아니다”며 “자유를 지킨 이 전쟁을 젊은이들은 잊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국가를 위한 헌신과 희생을 결코 잊지 않는다. 전사자를 정중히 기리고 실종자의 유해는 끝까지 찾아 가족과 조국의 산하에 모신다. 하와이 실종자수색사령부(Joint Pow/Mia Accounting Command)에 내걸린 구호는 미국적 방식을 압축해 보여준다. 부대 구호는 ‘Until they are home’이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서 숨진 모든 미국인 실종자가 귀환할 때까지 지구 끝까지 찾아가는 게 부대의 임무다. 이번에 호명된 6·25 전사자 가운데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실종자는 7983명이다. 이들도 언젠가 조국과 가족의 품에 안길 것이다.

 

6·25 정전기념일에 대한 미국 태도는 각별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정전기념일을 ‘한국전쟁 참전용사 정전기념일’로 선포했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미국은 조기를 내걸고 추모한다. 미국에 비해 6·25 참전용사에 대한 우리나라의 자세는 부끄럽기 그지없다. 500여명이 넘는 국군포로가 북한에 생존해 있지만 구명의 손길을 제대로 뻗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정전기념일을 미국의 침략에 맞서 승리한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평양에서 ‘전국노병대회’도 개최했다.

 

한국 정부도 정전기념일에 대한 미국의 예우에 발맞춰 2013년부터 유엔군 참전의 날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 관심이 떨어지다 보니 잊힌 행사가 되고 있다. 어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6·25 정전협정 체결 62주년 겸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은 젊은이들의 눈길을 끌 만한 행사가 없었다. 장소도 굳이 보훈의 상징성도 없고 6·25와 무관한 서울올림픽공원이었다. 6·25는 끝난 전쟁이 아니라 잠시 멈춘 전쟁이다. 대학생의 95%가 7월27일이 무슨 날인지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앞으로 6·25가 남침이라고 응답하는 젊은이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