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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과 아벨, 그리고 샤롯데

바람아님 2015. 8. 7. 08:41

[J플러스] 입력 2015-08-06

 

성경은 인류 최초(?)’의 살인 사건도 언급하고 있다. 카인과 아벨 이야기다. 살인자와 피살자는 알다시피 친형제 관계이다. 하늘에 올리는 제사에서 성의없는 제물(곡식)로 하나님의 노여움을 산 형, 카인은 양을 잡아 정성껏 제물을 바쳐 신의 사랑을 독차지한 동생을 시기하다 끝내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형제간 갈등과 반목은 이처럼 인류의 유전자에 가장 깊이 새겨져 있는 심리중 하나다.

 

두 사람은 성서에서 기록한 최초의 인류로 알려진 아담과 이브의 자손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카인과 아벨이 모두 당시 기혼자로 부인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 그 여성들은 누구였을까?)

형제간 갈등 심리는 아들이 어머니의 사랑을 아버지에게 빼앗길까봐 노심초사해한다는 이른바 오이디프스 콤플렉스보다 더 강하다는게 많은 심리학자들의 이야기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형제간 갈등을 시블링 컨플릭트(Sibling Conflict,혹은 Sibling Rivaly)’라는 용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부모, 특히 어머니의 사랑과 보호를 나눠 갖기 싫어하는 자녀들간 질투와 결핍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일종의 생존 본능이라는 것이다.

 

이유야 어떠하든 형제간 권력을 잡기 위해 골육상쟁을 벌이는 일은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종 발생했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창건자(이연)의 세 아들간 갈등이 결국 피를 불렀다. 당나라를 창국한 고조 이연은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맏아들 이건성을 태자로 책봉했다. 또 셋째아들 이원길은 제왕( )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아버지를 따라 천하통일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이세민은 장관격인 천책상장이란 직함을 받게된다. 이세민은 그러나 그런 듣보잡 벼슬을 받은 이후에도 내로라하는 학자 18명을 학사로 임명하고 날마다 나랏일과 학문을 논했다.

 

그러나 큰아들과 셋째아들은 둘째의 그런 행보에 날로 경계심이 커지게 된다. 형제를 압도하는 능력을 갖춘 그가 언제라도 대권을 노릴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언제라도 둘째에 당할 수 있다는 초조감이 결국 이세민을 궁지에 모는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다.

 

때마침 돌궐족이 당나라를 침범하자 셋째 아들은 아버지에게 출전하겠다고 밝히고 대신 조건을 달았다. 형인 이세민 휘하의 장수들을 자신의 부대에 배속시켜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 참에 이세민의 수족을 끊어버리겠다는 흑심이 깔려 있었던 것이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이세민은 상황을 끝내기 위해 극단의 카드를 꺼내든다. 태자(첫째)와 제왕(셋째)이 아버지의 후궁을 넘보는 불효를 저지른다고 아버지 고조에게 참소를 올린 것이다.

 

머리끝까지 화나간 고조는 이튿날 두아들을 심문하겠다고 호출했다. 다음날 궁으로 향하던 태자 일행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채고는 말머리를 돌리려 했지만 이세민이 이끄는 매복병사에게 둘다 살해를 당하고 만다. 특히 형인 태자는 이세민의 활에 맞아 현장에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하게 된다.

 

후세에선 이를 궁성의 북문에서 일어났다고 해서 현무문 정변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비극적인 형제의 사건은 금방 잊혀지고 결국 승자 독식으로 마무리됐다. 당나라 조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세민을 태자로 책봉하고 정사를 그에게 일임한다고 선포했다. 그는 훗날 당 태종이 됐다. 창업자 2세들간의 피비린내가 진동한 권력 갈등은 조선 건국 초에도 있었다.

 

조선 건국자인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에 성공한 태자 이방원은 아버지의 최측근 가신이자 이복동생(방석)을 세자로 책봉하는데 앞장선 정도전을 제거하는 '1차 왕자의 난'을 벌인다. 이방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얼마뒤 바로 위형인 방간을 제거하기 위해 또다시 '2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결국 대권을 차지했다.

 

그는 이후 조선 3대왕인 태종으로 등극한다. 멀게는 1500여년, 짧게는 50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롯데그룹에서도 데자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역사는 역시 되풀이되는 것인가 보다. 오늘따라 롯데(신격호 회장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여주인공으로 나온 샤롯데에서 회사 이름을 착상했다)라는 이름에 슬픔이 배어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