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8.08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강(强)추위는 '눈 오고 매운바람 부는 심한 추위'다.
순우리말 강추위는 사뭇 다르다.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다. 메마르도록 꽁꽁 얼어붙어 강(强)추위보다 한 수 위다.
우리말 접두사 '강'은 '마른' '물기 없는'을 뜻한다.
강된장은 찌개보다 되직하게 끓인 된장이다. 강술은 국·찌개 같은 술적심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을 가리킨다.
흔히 '깡술' '깡소주'라고 한다. 그러니 '눈보라 몰아치는 강추위'는 틀린 말이다.
▶무더위는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다. 앞에 붙은 '물'이 '무'로 바뀌었다.
마찬가지로 무좀은 손발에 물기가 많아 슨 좀이다. 무지개는 물방울이 만든 지게(문·門)다.
반면 강더위는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고 볕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다. 불더위, 불볕더위와 통한다.
그래서 '불볕 무더위'라고 하면 앞뒤가 안 맞는다.
강더위는 그나마 건조해서 그늘에선 살 만하다.
사람 잡는 건 푹푹 찌는 무더위, 요샛말로 '찜통더위'다.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나는 코 골며 잠잘 수 있고/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렸어도/ 누운 채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모기 한 마리 왱 하고 귓가를 울리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다….'
다산 정약용이 쓴 '얄미운 모기(憎蚊)'다.
올여름 모기는 그리 그악스럽지 않다. 지자체마다 방역에 열심이기도 하지만 비가 덜 와 물웅덩이가 줄어든 덕분이다.
7월 29일 장마 끝나기까지 비가 전국 평균 240㎜ 내려 평년 356㎜의 3분의 2밖에 안 됐다.
▶비가 적은 올해 더위는 강더위에 가까웠다.
5월 말부터 33도 넘는 폭염이 닥쳤어도 습도가 낮아 보송보송했다.
7월 평균 기온도 22.4도로 평년과 비슷했다. 그렇다고 고분고분 물러날 더위가 아니다.
7월 27일부터 그제까지 평균 낮 최고기온이 32.7도로 평년보다 2도나 높았다.
아침 최저기온도 27.8도에 이르러 평년 26.1도를 훨씬 웃돌았다.
된더위에 닭·오리·돼지가 50만마리 넘게 죽었다.
그제 안동·의성·영천 기온은 39.3도까지 치솟았다.
▶어제 서울 광화문 하늘도 불길을 머리에 끼얹었다. 포도(鋪道)에서 뜨거운 기운이 훅 끼쳐왔다.
매미는 덥다 못해 맵다고 맴맴 댔다.
화로 안에 들어앉은 듯한 더위도 오늘 입추(立秋) 지나면 한풀 꺾일 거라고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창문을 닫고 자야 하는 서늘한 밤이 거짓말같이 찾아들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것이 계절 바뀜이다. 그보다 매혹적인 기적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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