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제정이 시급한 이유는 자명하다. 문 대표도 어제 이를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인권은 이념이나 체제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따라서 대한민국은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태고 뺄 것 없이 그 자체로 완벽하고 통렬한 지적이다. 더욱이 법 내용을 둘러싼 여야 이견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차원의 협상을 통해 대부분 해소돼 법안 명칭 등 소수 디테일만 남았을 뿐이다. 이제 서로 조금만 양보하면 만장일치 처리가 가능하다. 여기까지 와 놓고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지구촌의 비웃음을 사고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 제정을 미룰 명분도 근거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은 세계적 관심사다. 미국은 2004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북한 인권 신장을 위해 국가예산을 쓰고 있다. 일본도 2006년 6월23일 같은 내용의 법을 공포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공식 결의안을 채택한 나라는 110개국도 넘는다. 유엔은 인권 탄압을 견제·감시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6월 서울에 북한인권사무소를 개설했다.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경주되고 있는 것이다.
한심하고 민망하게도 대한민국은 열외 국가로 남아 있다. 여의도 국회는 2005년 첫 상정 이후 지금껏 10년 넘게 북한인권법 처리를 가로막았다. 북한에서 어렵게 연명하는 동족을 볼 낯이 없을 지경이다. 여당의 무기력도 문제지만 야당 책임이 한결 크다. 종북·친북세력의 입김에 휘말려 역주행만 거듭한 결과였다.
문 대표 발언에 반색만 할 수는 없다. 문 대표는 앞서 2월 대표 취임 후 “북한인권법을 막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바뀌지 않았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북한인권법 제정은 남북 화해와 상생, 나아가 평화통일이 어떤 인도적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하는지 명확히 하는 일이다. 북한이 국제규범에 접근하도록 열과 성을 다해 돕는 일이기도 하다. 법 처리가 또 무산된다면 인권 가치도 모르는 북한정권에 대한 분노가 문 대표의 야당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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