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의 표현성을 높이는 세가지 포인트

바람아님 2015. 10. 1. 01:29

[J플러스] 입력 2015.09.30 

 사진의 표현성은 대상에서 느끼는 감정에서 비롯됩니다. 사진을 찍기 전에 “내가 왜 이 장면을 찍을까” 하고 먼저 생각해 보세요. 오래 보고, 느끼는 감동의 폭이 큰 만큼 사진이 달라집니다.
 중국 회화 이론에 ‘흉중성죽 (胸中成竹)’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역하면 “(화가가) 대나무를 그리기 전에 이미 마음속에 대나무 그림이 완성 돼 있다” 는 얘기입니다.? 뜻이 먼저고, 그림은 나중이라는 말이지요.
사진의 표현성을 높이는 방법을 세가지로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 대상에서 보고, 느끼는 감정을 형용사 하나로 정리해 보세요. 예를 들면 슬프다, 외롭다, 공허하다, 기쁘다, 신기하다, 산뜻하다 등등. 생각나는 시 한 구절을 떠 올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오래 보고, 느끼는 감정의 폭이 큰 만큼 사진이 달라집니다. 시간과 공간의 선택, 구도와 명암 등이 자기감정에 맞게?새로 설정하게 되는것이지요. 

 위 사진은 경주 대릉원에서 찍은 것입니다. 이른 봄 왕릉 사이에 목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나는 처음 이 장면을 보고 ‘천년의 죽음이 피운 생명’ 이라는 서사 구조를 생각했습니다. 목련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밤을 기다렸습니다. 왕릉의 형상과 누런 잔디의 색이 목련으로 쏠리는 시선을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흑백으로 처리하니 시선이 자연스럽게 목련으로 집중됩니다. 왕릉의 만들어 내는 선의 형상도 자궁을 닮았습니다.

둘째, 대상을 보고 연상되는 뭔가를 떠 올려 보세요. 시적인 비유의 묘미가 있습니다. 사진은 태생적으로 부분으로 전체를, 작은 개념으로 큰 개념을 암시하는 환유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상에 나만의 이름을 붙여 봅시다. 시인 김춘수가 ‘몸짓’에 불과한 ‘꽃’에 이름을 불러주듯이….

까치 두마리가 있는 이 사진에 '경주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왕릉 위에 앉아 있는
까치의 모습이 새싹을 닮았습니다.

셋째, 사진은 시간을 다루는 예술입니다. 대상을 보고 떠오르는 기억의 끈을 따라 거슬러 올라 가 보세요. 노스탤지어, 상처, 트라우마. 살면서 겪었던 희로애락의 기억들. 사진에 삶에 대한 통찰과 철학이 담기게 됩니다.

얼마 전 수종사에서 이름도 모르는 꽃을 봤습니다. 빛 바랜 분홍색이 노스탤지어를 자극했습니다. 어릴 시절 '엄마의 분갑에 새겨진 꽃무늬' 가 연상됩니다. 사진을 찍고 글을 붙여봤습니다.
“두껑을 열면/엄마 냄새가 나는/분갑의 꽃/노스탤지어의 향/엄마는 '꽃가라'를 좋아했지"

사진을 찍기 전에 감정이 정리되면 결과물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나온 사진에 대해서는 '좋다, 나쁘다' 식의 외부 평가에 전혀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좋은 사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감정에 충실한 솔직한 사진이 좋은 사진입니다. 사진을 볼 때 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며,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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