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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와 함께 걷는 길] ④ 섬진강 물따라 억세게 흐른다 최씨가의 歷史

바람아님 2015. 10. 9. 13:43

(출처-조선일보 2015.09.10 하동=송혜진 기자 )

[명사와 함께 걷는 길] ④ 시인 최영욱의 하동 '토지길'


	평사리문학관 관장이자 시인인 최영욱
"1969년부터 1994년까지 '토지'를 쓰시는 동안 박경리 선생께선 한 번도 하동에 내려오신 적이 없어요. 다른 작가들 같으면 집필 기간에 몇 번을 와서 둘러보고 갔을 텐데 한 번을 안 오셨지. 

굳이 볼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머릿속에 너무나 생생하게 들어 있어서…."

평사리문학관 관장이자 시인인 최영욱(57·사진)씨가 말을 마치고 잠시 얕은 한숨을 쉰다. 

최 관장의 말에 따르면 하동은 문학에 빚을 진 고장이다. 

박경리(1926~2008년) 선생이 25년간 200자 원고지 4만장에 이르는 분량으로 완성해낸 대하소설 

'토지'. 그 소설 속 중요한 공간 하나가 바로 하동 평사리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배경으로 평사리의 대지주 최치수와 별당 아씨, 최씨 집안의 마지막 핏줄 최서희와 

그 서희를 지키는 김길상의 팽팽한 서사가, 그 굴곡진 역사와 한숨의 이야기가 쓰였다.

하동에서 나고 자란 최영욱 관장은 "'토지'를 읽고 한달음에 박경리 선생을 찾아가서 일단 큰절부터 했다"고 

박경리 선생과의 첫 만남을 회상한다. '토지'의 전율을 혼자만 간직하고 싶진 않았다. 

하동군청·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등과 손을 잡고 소설 속 공간을 그대로 재현한 '최참판댁' 세트를 완성하는 데 

힘을 쏟았고, '평사리문학관'을 짓고, 토지 속 공간을 직접 걷고 체험할 수 있는 '토지길'을 조성했다. 

'토지문학제'도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박경리 선생의 허락을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7번이나 찾아가 조른 끝에 겨우 승낙을 받았다. 

최 관장은 "최참판댁이 완공되고 기쁜 마음으로 박경리 선생을 초대했다. 

선생은 차에 내려 나를 보자마자 내 손을 잡고 정작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큰 산에게 미안해서 어쩌느냐.' 

나중에야 알았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하동의 대자연이 혹여나 훼손될까 봐 걱정해서 하신 말씀이라는 걸.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만큼 평생 산천(山川)을 아끼고 염치를 생각하며 사신 분이었다."



	하동 악양면의 조씨고가가 내려다 보이는 '토지길'

하동 악양면의 조씨고가가 내려다 보이는 '토지길' /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문학에 빚진 고장… 하동 '토지길'을 걷다

'토지길'은 섬진강 물길을 따라간다. 소설 '토지'의 실제 공간이었던 평사리를 걷는 것이 1코스(18㎞), 
19번 국도를 따라 꽃길을 걷는 것이 2코스(13㎞)이다.

최참판댁은 소설 속 최씨 가문이 살던 곳을 한옥 14동으로 구현했다. 드라마 '토지'의 무대로 쓰이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됐다. 최영욱 관장은 "소설 속 별당채와 행랑채에 심어놓은 나무와 꽃 종류까지 그대로 재현했다"고 했다. 
연중무휴. 입장료 1000원.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76-23. 문의 1588-3186, 055-880-2950.

조씨고택은 박경리 선생이 최참판댁의 실제 모델로 삼은 곳. 조선 태조, 정종, 태종 3대에 걸쳐 정승을 지낸 조준(趙浚·1346~1405)의 직계손인 조재희(趙載禧)의 가옥으로, 흔히 '조부자집'으로 알려져 있다.
동학농민운동 때 화재를 당하고, 또 6·25 전쟁 때도 일부분 불타, 사랑채는 사라지고 안채와 행랑채만 남아 있지만, 
위세 당당했던 양반 가옥의 흔적과 기운을 여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정동상신길 73-13. 문의 055-880-2369.

매암차문화박물관은
토지길을 걷다 보면 나오는 작고 아담한 차(茶) 박물관. 찻잎을 따고, 차를 만드는 과정부터 차를 즐기는 과정까지 보고 또 배울 수 있는 곳이다. 혼합차 만들기 체험, 하동 차문화 기행 같은 프로그램도 때때로 운영한다.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악양서로 346-1. 무료. 매주 월요일 쉰다. 문의 055-883-3500.


	하동 토지길

최영욱 시인과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18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최참판댁에서 최영욱 시인과 함께 '토크 콘서트'를 진행한다. 
토지 촬영장을 함께 거닐며 소설 '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젊은 시인들과 함께 '달빛 시 낭송회'도 한다.
16일까지 홈페이지 '명사와 함께 하는 지역 이야기(www.koreastoryteller.com)'에서 신청받는다. 
관광공사에서 이 중 30명을 뽑아 개별 연락한다. 참가비는 3만원. 문의 061-782-0352.



조선일보 [명사와 함께 걷는 길] 시리즈 보기

(1) 전주 한옥마을 (2015.04.30)

(2) 대한민국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와 강릉(2015.06.11) 

(3) 중요무형문화재 이철호와 구례 향제줄풍류(2015.08.13)

(5·끝) 농암 17대 종손 이성원과 걸은 예던길(201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