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산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저 많은 건물에 내가 갈 곳은 없나’라는 생각이 들며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에 다닐 땐 찾는 사람도 많고 바빴는데 퇴직하고 나니 아직 일을 하는 친구들과 비교돼 나 자신이 작아지고 가족에게 무시당하는 느낌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힘들 때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어 인생을 헛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씁쓸해 했다.
김 씨처럼 어려울 때 의지할 가족·친구가 없다고 느끼는 한국인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 삶의 질(How’s life?)’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가구당 순가처분소득, 금융자산, 고용 등 물질적 요소에서 OECD 국가들에 비해 개선된 양상을 보였지만 삶의 질적 요소는 현저히 떨어졌다. ‘사회관계’ 관련 항목에서 OECD 34개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한 것.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한국은 72.37점을 기록해 OECD(88.02점) 평균보다 낮았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느꼈다. 15∼29세의 점수는 93.29점으로 OECD 평균(93.16점)보다 높았지만 30∼49세(78.38점)에서 급격하게 낮아졌다. 50세 이상은 67.58점으로 1위인 아일랜드(96.34점)보다 무려 30점 가량 낮았다.
개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80점을 기록해 36개국 중 29위였다. 연령대별로는 △15∼29세 6.32점 △30∼49세 6.00점 △50대 이상 5.33점으로 나이가 들수록 삶의 만족도가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은 주거비·사교육비 부담이 높고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어 여유를 즐기며 살기 힘든 구조”라며 “노년으로 갈수록 시간은 많지만 경제적·사회적 능력은 상실하면서 더 공허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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