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0.24 정경원 세종대학교 석좌교수·산업디자인)
피르미니 주거단지, 디자이너 르코르뷔지에, 연건평 2만7859m²(8427평), 건물 길이 130m, 폭 21m, 높이 56m. 1965년 | "집이란 사람이 들어가서 살기 위한 기계이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1887~1965)가 한 말이다. 문, 벽, 지붕, 거실, 주방, 침실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는 집이 제 구실을 하려면, 여러 요소가 긴밀한 조화 속에 제대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특히 많은 사람이 함께 거주하는 공동 주택을 디자인할 때는 쾌적한 삶을 위한 기본적 활동이 현장에서 이뤄지는 공동체가 형성되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남동부 론 알프스 지역의 작은 도시 피르미니(Firminy)는 르코르뷔지에의 그런 생각이 잘 반영된 곳이다. 1950년대 초반, 피르미니 시장 외젠 클로디위 프티는 절친한 친구였던 르코르뷔지에 등과 협력하여 창의적 도시 혁신을 추진했다. 한때 석탄을 많이 생산하는 노동자 도시라서 '검은 피르미니'라 부르던 데서 벗어나 아름답고 위생적인 '녹색 피르미니'로 바꾸려는 것이었다. 르코르뷔지에는 문화, 종교, 체육, 주거 시설 등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1965년에 완공된 주거 단지는 요즘 보아도 세련된 모습이다. 복층 아파트 414채로 구성된 건물 전체를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하되, 베란다, 출입문, 복도 등에는 네 가지 색상(빨강, 파랑, 노랑, 하양)을 적절히 배색하여 제각기 다르게 보이도록 했다. 이웃 간의 친밀한 교류를 위해 건물 안에는 쇼핑, 의료 시설, 작은 방문자 숙소 등을 설치했다. 가든 테라스인 옥상에는 육상 트랙, 어린이 놀이터, 헬스장, 수영장 등 공동 편의 시설을 두었다. 2015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르코르뷔지에의 작품을 만난 것은 큰 보람이었다. 독창적 의자부터 혁신적 도시에 이르기까지 잘 정리되어 전시된 그의 작품들을 보노라면 왜 그가 창의 혁신(創意 革新)의 아이콘으로 오늘날까지 추앙받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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