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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증도가자는 가짜… 最古활자 아니다”

바람아님 2015. 10. 28. 00:54

동아일보 2015-10-27 


[국과수 “증도가자는 가짜”]국과수, 5년 진위 논란에 종지부
“CT 촬영 결과 조작 흔적 드러나”… 국립문화재硏 부실 검증 도마에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증도가자로 분류한 ‘수(受)’ 자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로 찍자 두 겹의 단면이 나타났다(가운데 사진). 반면 오른쪽 사진의 전통 금속활자 주조 방식으로 만든 ‘면’자는 이런 단면이 보이지 않는다. 왼쪽 사진의 ‘受’자 표면에서는 먹을 덧씌운 흔적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논란을 빚고 있는 청주 고인쇄박물관의 이른바 ‘증도가자(證道歌字)’가 가짜로 밝혀졌다. 이로써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1377년)보다 138년 이상 앞섰다는 주장과 함께 5년간 지속돼 온 증도가자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26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자 등 고려활자 7개에 대한 3차원(3D) 금속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모두에서 인위적인 조작의 흔적을 발견했다”며 “CT 및 성분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볼 때 고려시대 전통적 방식의 주물 기법에 의해 제작된 활자가 아니고, 위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과수의 금속 CT 결과 7개 활자의 가로와 세로 단면에서 외곽을 균일하게 둘러싼 또 하나의 단층이 추가로 포착됐다. 활자 안쪽과 밀도가 다른 물질이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강태이 국과수 연구사는 “금속활자를 주조할 때는 안팎을 따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정상이라면 이처럼 균일한 이중 단면이 나올 수 없다”며 “금속활자가 수백 년에 걸쳐 부식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겉을 다른 물질로 감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조사 결과 활자 내부는 구리 20∼22%, 주석 55∼56%인 반면 바깥은 구리 30∼31%, 주석 47∼49%로 나타나 안팎이 다른 물질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수(受)와 반(般) 등 두 활자 뒷면에서는 땜질한 것 같은 흔적도 발견됐다.

이번 국과수의 검증 결과에 따라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부실 검증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연구 보고서에서 “고인쇄박물관의 7개 활자 중 증도가자가 3개, 고려활자가 4개”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이 보고서에서 역시 증도가자로 분류한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 소유의 59개 활자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시 연구소는 김 대표가 보유한 101개 활자 중 59개를 증도가자로 분류한 바 있다. 이 활자들은 이번에 국과수에서 조사한 청주 고인쇄박물관 활자들과 같은 자형으로 분류됐고, 출처도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과수는 증도가자 검증 결과를 논문(‘금속활자의 법과학적 분석방법 고찰’)으로 정리해 31일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에 발표할 예정이다.


::증도가자(證道歌字)::


고려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쇄한 금속활자를 뜻한다. 이 서적은 고려 고종 26년(1239년) 목판본으로 다시 만들어 후에 인쇄한 것(보물 758호)이 남아 있지만 당초 사용했던 금속활자와 그 활자로 인쇄한 책은 발견되지 않았다. 증도가자 실물이 확인되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 유물이 된다.

▼ “안팎 덧씌운 흔적 뚜렷… 고려시대 활자로 볼 수 없어” ▼

3차원 CT로 위조 밝혀내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금속활자로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보고서에서 증도기자로 분류된 ‘상(上)과’ ‘반(般)‘, ‘수(受)‘ 활자(왼쪽부터). 나머지 4개의 활자들과 마찬가지로 금속용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이중단면이 찍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이번 분석은 증도가자(證道歌字)에 대한 첫 과학적 검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금속 속성상 활자에 대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과학적인 진위 검증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활자에 묻어 있는 먹의 탄소연대를 측정해 제작 시기를 고려시대로 추정했다. 그러나 수백 년 된 먹을 중국이나 국내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먹만 가지고 고려활자로 판단하기는 섣부르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국과수의 조사에서는 납 성분을 투사할 수 있는 금속용 3차원(3D)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사용함으로써 기술적인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첨단 과학 장비를 활용해 무려 5년을 끈 진위 논란을 끝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국과수가 발견한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금속활자 CT에서 나온 이중(二重)의 균일한 단면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보고서에서 증도가자로 규정된 활자들은 모두 국과수 조사에서 활자 안쪽의 밀도가 바깥의 밀도보다 높게 나타났다. 금속을 녹여 통째로 주조하는 보통의 금속활자에서는 이처럼 안과 밖의 밀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없다.

도정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CT에서 보이는 외부 단면은 이례적으로 두껍고 균일하게 형성돼 있다”며 “자연 상태에서 생긴 녹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증도가자는 어떤 방법으로 위조됐을까. 문화재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증도가자의 위조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추정된다. 하나는 활자를 우선 만들어 놓은 뒤 녹이 슨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표면에 코팅하는 경우다. 오줌이나 염산 같은 산성 물질을 구릿가루에 섞어 활자에 뿌린 뒤 일정 기간 땅속에 묻어두는 위조 방식이 고미술업계에 알려져 있다. 이렇게 하면 오래된 청동에서 흔히 보이는 것과 비슷한 푸른 녹이 표면에 생긴다.

또 하나는 부식 효과를 낸 활자 겉면을 먼저 만든 뒤 주석 함량이 높은 물질을 내부에 채워 넣는 방식이다. 한 고미술상 관계자는 “주석은 녹는점이 구리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다루기가 쉽다”며 “비파괴검사로 내부 성분까지 들여다보기는 힘들 것이라 보고 주석 함량을 높여 속을 채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과수 조사 결과 활자 내부의 주석 성분비는 55∼56%였지만 바깥 부분은 이보다 낮은 47∼49%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국과수 검증에서는 증도가자로 분류된 ‘수(受)’ 자에서 먹을 덧씌운 흔적도 발견됐다. 분광 비교분석기로 확대한 사진을 정밀 분석한 결과 먹과 활자 사이에 부자연스러운 경계선이 여럿 관찰됐다. 일반적인 금속활자는 인쇄를 거듭할수록 먹이 활자에 골고루 묻는다. 황정하 청주 고인쇄박물관 학예실장은 “2010년부터 증도가자가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외부 감정을 수차례 의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3D 스캐너를 이용한 활자 진직도(進直度·직선도) 조사에서도 일반 활자에 비해 증도가자의 진직도가 높게 나타났다. 진직도는 글자의 각 자획이 직선으로 뻗어 있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컴퓨터로 인쇄한 글자일수록 자획이 명료하고 글씨가 똑바르기 때문에 진직도가 높게 나타난다. 반면 고려시대 금속활자는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데다 제조기술이 무르익지 않아 진직도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한국 옥편에도 없는 ‘?(연자매 용)’ 활자 中서 위조했을 가능성 높아 ▼


‘증도가자’ 누가 왜 위조했나
고미술상 “中서 예전부터 매매… 문화재 지정설에 가격 치솟아”


증도가자는 누가, 왜 위조했을까.

고미술업계에서는 일찍부터 ‘짝퉁 문화재’ 공장으로 통하는 중국에서 증도가자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본보가 접촉한 한 고미술상은 “증도가자가 중국에서 예전부터 매매되고 있다”며 “과거 한 글자에 한국 돈 10만 원 정도 했는데 최근 국가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1000만 원으로 치솟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증도가자의 출처가 북-중 접경지대에 있는 중국 단둥(丹東)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증도가자로 분류된 금속활자 59개를 소유한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는 “대구의 고미술상으로부터 증도가자를 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과수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증도가자 용역보고서에서 중국 위조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하나 찾아냈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의 활자 7개 중 하나가 국내 옥편에 나오지 않고 옛 중국에서만 잠시 쓰였던 ‘??(연자매 용·사진)’ 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 국과수는 증도가자가 중국에서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현지 조사를 추진 중이다.

황당한 것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의뢰로 용역보고서를 작성한 경북대 산학협력단은 이 ‘??(연자매 용)’ 자를 다른 한자(‘聾·귀먹을 롱’)로 오인해 고려활자로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권인한 성균관대 교수는 “??(연자매 용) 자는 고려∼조선시대 서책에 쓰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보고서에는 이 밖에도 허점이 여럿 보인다. 보고서는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증도가자 3개 중 하나(受·수)가 삼성출판박물관이 소장한 증도가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조사결과 受 자는 증도가에 세 차례 이상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먹에 대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에서 령(令) 자의 연대가 서기 640∼780년으로 측정된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활자는 고려시대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정작 먹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꼴이기 때문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용역을 의뢰한 연구 주체에 대한 신뢰성도 논란거리다. 경북대 산학협력단을 이끈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5년 전 김종춘 대표와 함께 증도가자 진품을 주장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과수 검증을 계기로 주무 부처인 문화재청의 안일한 증도가자 검증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과수의 증도가자 검증 자료를 아직 받아보지 못해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향후 증도가자와 관련해 문화재 지정조사단 전문가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주=김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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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문화재청 ‘증도가자는 가짜’ 통보 묵살

 

동아일보 2015-10-28

 

[“증도가자 가짜” 파문]
국과수 금속활자 검증결과 알고도 다음날 전문가 회의때 알리지 않아
본보 보도후에야 “101개 모두 조사”


문화재청이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증도가자가 가짜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검증 결과를 이달 초 사전에 통보받고도 관계 전문가 회의 때 묵살한 사실이 확인됐다.

문화재계 관계자 A 씨는 “문화재청 직원들이 6일 강원 원주시 국과수를 찾아가 증도가자가 가짜라는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검증 결과를 듣고 왔다”며 “다음 날 열린 문화재청의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 회의에서 한 전문가가 금속활자에 대한 CT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을 때도 회의를 주재한 문화재청 연구관은 이미 국과수 CT 결과가 나온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고인쇄박물관 활자가 증도가자라는 보고서를 낸 산하 기관(국립문화재연구소)의 부실 검증 논란을 피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국과수 검증 결과를 묵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27일 국과수 검증 결과를 인용한 동아일보 보도가 나간 뒤에야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가 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금속활자 101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문화재청은 뒤늦게 “금속활자에 대해 CT 등 다양한 과학적 조사를 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도 냈다. 윤순호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은 이날 “고인쇄박물관 활자와 출처가 같다는 주장이 나오는 김 대표 소유 활자를 검증하기 위해 김 대표에게 활자 전수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국과수 검증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 보고서의 신뢰성이 의심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연구기관을 새로 선정해 재검증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보고서 연구용역을 맡아 고인쇄박물관의 금속활자를 증도가자와 고려활자라고 판정한 경북대 산학협력단(단장 남권희 교수)은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과수 검증에도 “진위판단 일러”… 문화재청 책임모면 급급▼

활자 검증하는 국과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가 분광비교분석기로 삼성출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 원문 중 ‘반(般)’ 자를 확대 촬영하고 있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般’ 자 활자(아래쪽 사진)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보고서에서 증도가자로 분류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증도가자와 증도가(번각본)의 활자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증도가자가 공개된 2010년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상주 중원대 교수(한문학)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검증으로 긴 논란을 끝낼 수 있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학계는 과학적 검증으로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이상 금속활자의 제조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감성적 호소를 뛰어넘어 합리적인 검증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 문화재청 사과 없이 국과수 검증 깎아내려

문화재청은 27일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가 보유한 활자 101개도 전수 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일단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과수의 검증 결과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전 ‘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입장’이라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 “국과수가 조사한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금속활자 7점은 국가지정문화재 신청 대상은 아니다”라며 “국과수 조사 결과를 지정 신청된 모든 금속활자로 확대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재로 지정 신청된 금속활자란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 소유의 활자 101개와 국립중앙박물관의 활자 1개를 뜻한다. 가짜로 밝혀진 고인쇄박물관의 활자는 문화재 지정 신청 대상이 아니어서 김 대표의 활자와는 다른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고인쇄박물관 활자 3개와 김 대표의 활자 59개를 모두 증도가자로 함께 분류하면서 “3곳(김 대표, 고인쇄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 활자는 형태적 측면에서 서로 공통적인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두 활자의 상호 유사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고미술업계에서는 두 활자 모두 출처가 중국 단둥(丹東)이라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문화재청의 해명 자료 어디에도 학자 32명과 국가 예산 2억 원을 투입해 작성한 용역 보고서가 희대의 위조품을 증도가자와 고려활자로 결론을 내린 데 대한 최소한의 유감 내지 사과 표명조차 없었다. 문화재위원회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산하 기관인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기 싫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마땅한 고려시대 대조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진위를 판단하기는 아직 섣부르다”며 국과수 검증 결과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검증을 통해 가짜임을 밝혀낸 국과수 대신 가짜 활자를 진짜라고 결론 낸 국립문화재연구소에 향후 금속활자 검증을 다시 맡기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CT 검증을 위한 장비나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 학계·청주시 “국과수 검증 믿을 만하다”

‘문제’ 못 걸러낸 보고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작성한 증도가자 연구보고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증 대상이었던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활자가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의 활자와 공통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 보존과학 전공자들은 이번 국과수 검증으로 CT에서 균일한 이중(二重) 단층이 확인돼 가짜로 결론이 난 증도가자는 더이상 진실성을 갖기 힘들다는 의견이 다수다. 금속공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CT에서 보이는 외부 단면이 균일하면서도 두꺼워 자연적으로 생긴 녹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고서적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지학계도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증도가자로 분류된 금속활자와 목판 번각본(금속활자로 찍은 책을 목판 위에 놓고 똑같이 다시 새긴 것)의 자획이 서로 다른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서지학자는 “이 정도 서책을 새긴 각수(刻手)들은 최고 수준의 장인들이었을 것”이라며 “이들이 원판과 전혀 닮지 않게 번각을 했으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인쇄박물관 활자를 구입한 청주시도 국과수의 조사결과를 신뢰하는 분위기다. 청주시는 경북대 산학협력단(단장 남권희 교수)을 상대로 구입 대금 회수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도가자가 맞다”는 남 교수의 감정에 따라 시 예산을 들여 증도가자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만약 경북대 측이 이를 거부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과수 검증 결과를 접한 청주시 안에서는 내심 이를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직지심체요절을 청주시의 상징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1985년 직지심체요절을 찍어 낸 흥덕사 터가 청주시에서 발견돼 세계적인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증도가자가 공개된 2010년 당시 청주시민들 사이에서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의 위상을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김상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