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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내 줄기세포치료제가 일본서 승인받는 현실

바람아님 2015. 11. 13. 00:52
세계일보 2015-11-12

버거병 등 중증 하지허혈성질환에 효능이 있는 성체줄기세포 치료제가 국내에서 개발돼 머잖아 환자에게 시술된다. 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바스코스템’이다. 개발업체는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했지만 허가가 나지 않았다. 식약처는 수차례에 걸쳐 자료 보완을 요구하며 시간만 끌었다. 지난달 줄기세포 공청회에서 허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식약처 반응은 냉담했다. 업체는 참다못해 치료제를 갖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바스코스템 상용화 추진 업체인 네이처셀의 일본 관계사 알재팬의 협력병원이 이 줄기세포 치료제를 사용하겠다며 지난 9월 ‘재생의료 치료계획서’를 제출하자 일본 후생노동성은 두 달 만에 승인해줬다. 국내에서 개발된 바스코스템이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쓰이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줄기세포 강국이 되려는 야심 찬 계획하에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지난 6월 규제개혁회의에선 재생의료산업 승인절차를 간소화했다. 덕분에 치료계획서가 신속히 승인받을 수 있었다. 버거병은 혈관이 막혀 사지말단이 괴사되고 심하면 환부를 절단해야 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세계에서 매년 약 100만명의 환자가 하지허혈성질환으로 다리 절단 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줄기세포 치료제가 환자들에겐 마지막 희망이다. 앞으로 하지허혈성질환 환자들은 일본에 가야 치료제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바이오헬스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주 대통령 주재 제4차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발표한 ‘바이오헬스산업 규제개혁 및 활성화 방안’에서 줄기세포치료제 등 첨단 의약품을 인허가 받기 전이라도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그러나 인허가 절차를 밟는 데만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이런 조치로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특히 식약처의 행태는 사실상 직무유기다.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는 데 규제가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기존 규제가 새로운 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본은 지금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면서 경기를 살려내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규제 리뷰’ 제도에 따라 정부의 모든 규제를 5년에 한 번씩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규제를 풀겠다는 말만 앞서고 정작 실행에 옮기는 속도는 늦다.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이 되살아나려면 공무원들의 굼뜬 행동거지부터 뜯어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