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내국인 10명이 인터넷에서 IS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손모씨 등 2명은 실제 IS에 가담하려고 출국하다 당국에 의해 제지당했다. 국제 테러 단체와 연계되거나 이슬람 극단주의적 이념을 유포하다 적발돼 강제 출국당한 위험인물도 2010년 이후 48명에 이른다. 이 중 한 인도네시아 노동자는 IS에 가담했다가 전투 중 사망했고, IS 조직을 추종한 다른 인도네시아인은 18일 경찰에 체포됐다.
IS는 올 8월 홍보 잡지를 통해 미국의 IS 격퇴 작전에 참가한 십자군 동맹 62개국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우리를 테러 대상으로 꼽은 것이다. 우리 재외공관 20여 곳은 이미 테러 고위험군(群)에 올라 있다. IS가 카톡에 대화창을 만든 뒤 내부 지령 전달에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터넷에는 테러 조직이 만든 폭발물 제조법이 다수 떠돌고 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은둔형 개인이 이를 활용해 가스 폭파 등 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테러 위협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 시스템은 전무(全無)하다고 할 정도로 미약하다. 여야는 17일 10년 넘게 끌어온 테러방지법안을 처리하자고 했지만, 이제 겨우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다. 공항·원전·항만·철도·터미널과 체육·문화 시설 등은 테러 위협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프랑스는 이번 테러 때 축구 경기장 보안 검색을 통해 사전에 테러범을 적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필리핀 등 상당수 국가는 공공시설뿐 아니라 백화점 등 다중(多衆) 이용 시설에 출입할 때도 검색대에서 보안·안전 검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공공·다중 시설에서 보안 검색은커녕 안전 요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 당국은 테러 예방에 무관심했고, 국민은 콘서트 홀이나 스포츠 경기장에서 검색을 받는 불편을 감수할 마음이 없다.
참혹한 테러를 겪은 뒤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후 대책을 마련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테러 위험인물과 조직에 대한 신상·위치·금융·SNS 정보 등을 파악하고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려면 테러방지법안부터 앞당겨 처리해야 한다. 국정원에 의한 인권 침해나 정치적 사찰 위험이 있다면 독립적 감시 조직 등 보완 장치를 두면 된다. 원전·항공·철도·터미널은 물론 연주회장·경기장 등 공공·다중 시설에 대한 안전·보안을 강화하고, 항공·선박 탑승자 정보 사전 확인 등 다양한 테러 예방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시리아 난민이 200명 넘게 입국하는 상황에서 테러 조직원이 위장 잠입하지 못하도록 치밀한 난민 관리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테러 대응 조치는 국민의 일상생활에 적잖은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과잉 조치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테러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작은 불편은 감내하면서 테러로부터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사회적 합의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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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 나부낀 테러 깃발
중앙일보 2015-11-19알누스라는 파리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 지도자 알바그다디가 2012년 시리아에서 만든 테러단체다. 2013년 IS가 알카에다와 결별하자 IS에서 탈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파리 테러 이후 SNS에 “시리아 민간인 40만 명이 사망했을 땐 무반응이었는데 프랑스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글도 올렸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시리아 난민 200명이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왔으며, 이슬람 무장세력인 IS와의 관련성 때문에 정보 당국이 감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200명 중 135명은 준난민 지위로 거주지 신고를 한 뒤 전국에 흩어져 있으며, 65명은 공항 내 보호소와 인근 난민지원센터에서 대기 중이다. 법무부는 이들 200명이 올 1~9월 입국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시리아 난민 상황 등을 거론하며 “한국도 테러의 ‘무풍지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0년 이후 강제출국 조치한 테러 위험 외국인이 48명에 이르며 ▶내국인 10명이 인터넷을 통해 IS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고 공개했다. 강제출국한 외국인 48명 중에는 국내 비료회사로부터 폭약으로 변환 가능한 화학물질(질산암모늄)을 사들여 밀반출하려 한 헤즈볼라(이슬람 시아파 무장세력) 대원도 있었다고 한다. 또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취업해 2년 동안 체류하다 출국한 뒤 IS에 가입한 인도네시아인 사례가 보고됐다. 국정원은 지난달 국정감사 때도 “IS 동조자 5명이 국내에 체류 중”이라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IS 지지의사를 밝힌 내국인 10명과 관련,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로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국정원은 이들이 IS와 연대하려 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남궁욱·유성운·김경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알누스라(Al-Nusra)=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 알바그다디가 2012년 시리아에서 만든 테러단체. 2013년 IS가 상부 단체인 알카에다와 결별한 것에 반발해 IS에서 탈퇴한 뒤 독립적으로 활동 중이다. 시리아 내전 후 벌어진 각종 자살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IS와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속 대원은 1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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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릴레이 진단] [3] 알카에다 자폭 테러범, 우리 곁에 살았다
조선일보 : 2015.11.18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조직원 중에 니자르 나와르라는 청년이 있었다. 1978년 튀니지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아버지가 이주 노동자로 있는 프랑스 리옹에 가려 했다. 하지만 입국 비자를 받지 못했다. 이에 그는 입국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을 택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나와르는 1997년 9월 한국에 관광비자로 들어와 경기도 고양시의 한 공장에 취직했다. 물건을 상자에 담고 차에 싣는 일을 한 그는 겉보기에 보통 이주 노동자와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이듬해 봄, 강제 추방됐다. 주한 미군 부대 주변을 자주 어슬렁거리며 사진 촬영을 하는 행동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의심스러운 행동이 파악됐다고 해서 당국이 그런 외국인을 조사할 법적 근거는 없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불법 체류 같은 잘못을 찾아내 이를 근거로 추방하는 것이었다.
튀니지로 돌아간 나와르는 얼마 뒤 "여행사에 취직했다"는 말을 가족에게 남기고 캐나다로 갔다. 4년 뒤인 2002년 다시 귀국한 그는 그해 4월 튀니지 섬 휴양지인 제르바의 명소 '베트 크네세트(유대교 회당)'를 향해 가스통을 가득 실은 트럭을 몰고 돌진해 자폭했다. 이 테러로 독일인 14명, 프랑스인 2명, 튀니지인 3명이 사망했다. 나와르는 테러를 저지르기 직전 아랍권 일간지 '알쿠드스 알아라비'에 편지를 보내 자신이 알카에다 대원임을 밝혔다. 미국 뉴욕에서 9·11 테러가 벌어진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서구를 겨냥한 알카에다의 공격이 일어났던 것이라 충격이 상당했다.
한국은 이 사건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그가 한국 체류 당시 이미 알카에다에 충성 맹세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순수하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을 수 있다. 미군 부대가 그저 신기해서 사진기 셔터를 눌렀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추방된 이후 튀니지나 캐나다에 있으면서 극단주의 사상에 빠져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아랍어)"를 외치며 테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테러 가능성을 지닌 위험 외국인이 프랑스에선 입국 비자를 받지 못했는데 한국에는 어렵지 않게 입국해 도심을 활보했다는 점이다. 나와르가 만약 불법 체류자에 해당하지 않아 보안 당국이 추방할 근거가 없었다면 한국에 계속 머물면서 무엇을 했을까. 전 세계 미국 동맹국들에 대한 본보기성 경고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목표로 삼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까.
테러 방지는 '만에 하나'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게다가 한국은 이름 없는 나라가 아니다. 시리아는 한국과 수교를 맺지 않았지만, 시리아인들은 한국을 아주 잘 안다. 이들의 자동차·냉장고·텔레비전·휴대폰 가운데 40% 가까이가 '메이드 인 코리아'다. 이라크나 이집트 같은 웬만한 아랍 국가에 가서 현지인에게 "코리아(Korea)에서 왔다"고 하면 돌아오는 질문이 "노스 오어 사우스(북한이냐 남한이냐)?"이다. 남북의 차이까지도 다 안다는 뜻이다.
지난 13일 '파리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국가(IS)'는 2개월 전 유포한 선전용 잡지 '다비크' 11호에서 적(敵) 리스트에 'Republic of Korea(대한민국)'를 적시했다. 'IS판 나와르'가 나오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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