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의 갈등에 제3자가 섣불리 개입할 필요는 없다. 다만 중동의 정세 변화를 면밀하게 잘 분석해 어느 한쪽의 눈치를 지나치게 볼 필요 없이 대한민국의 국익을 우선하면 된다.
30여 년 전만 해도 중동 산유국들이 위세를 부렸다. 원유 수입국들은 친이스라엘 기업과의 통상을 반대하는 ‘아랍 보이콧’을 걱정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셰일가스 혁명 이후 저유가 시대인 데다 중동의 국제 정세도 과거와 달라졌다. 예컨대 미국과 이란의 7월 핵 협상 타결 이후 적대시해온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국들이 공조 움직임까지 보일 정도로 세상이 달라졌다.
이런 상황 변화는 중동 외교에서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중국·인도·베트남·터키 등 국제사회는 중동 정세 변화를 자국 이익 극대화를 위한 능동적인 외교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월에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당시 한국 언론은 아베 총리가 홀로코스트 역사박물관을 찾아간 소식에만 주목했다. 사실 아베 총리는 기업인 100여 명을 대동해 국익을 위한 비즈니스 외교를 활발하게 펼쳤다. 중동산 석유 수입의존도가 높지만 산유국 눈치만 보는 단세포 외교에서 탈피해 정보통신기술(ICT)과 방산 강국인 이스라엘에 바짝 접근했다. 앞서 지난해 류옌둥(劉延東) 중국 부총리도 이스라엘을 방문해 중국 기업의 진출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이스라엘을 국빈 방문했고 요르단에도 갔다.
이스라엘을 적극 활용하려는 국제사회의 이런 흐름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오일쇼크 시대의 산유국 일변도 외교에 머물러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3월 중동 4개국 방문도 원유 도입과 원전 수출 관련 아랍국가들에 국한됐다. 이스라엘에까지 지평을 넓히지 못했다. 세상의 변화에 둔감하고 타성에 빠진 ‘외교 관료주의’ 때문이다.
외교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외교는 시대착오일 뿐 아니라 국익을 좀먹는다. 1962년 양국이 국교를 수립한 이후 2010년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최초로 방한했지만 아직 답방이 없다. 이제는 한국 대통령이 당당한 중동 외교를 할 때도 됐다. 창조경제를 외쳐온 박 대통령이 창조와 혁신의 원조인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첫 한국 대통령이 되면 어떨까.
장세정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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