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만물상] 현수교·사장교

바람아님 2015. 12. 9. 09:52

(출처-조선일보 2015.12.09  김민철 논설위원)

미국 타코마 해협(Tacoma Narrows) 다리는 1940년 7월 완공됐을 때 아름다운 다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워싱턴주 타코마와 올림픽 반도 855m를 연결한 이 다리는 양끝에 솟은 주탑을 케이블로 연결한 현수교(懸垂橋)였다. 
그런데 완공 직후부터 다리가 심하게 흔들렸다. '날뛰는 다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지만 설계자는 문제없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완공 4개월 만인 그해 11월 초속 19m 바람이 불자 다리가 엿가락 휘듯 심하게 요동치다가 한 시간여 만에 무너졌다. 
다리를 설계할 때 바람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미리 교통 통제를 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런던 밀레니엄 다리는 2000년 새 천 년을 기념해 만든 325m짜리 현수교다.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테이트 현대미술관까지 템스강을 걸어서 건널 수 있게 했다. 
이 다리는 2000년 6월 개통한 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자 심하게 흔들렸다. 
놀란 시민들이 난간을 붙잡았지만 좌우로 20㎝까지 흔들리기도 했다. 결국 개통 3일 만에 문을 닫았다. 
설계 과정에서 사람들이 다리를 밟을 때 수평으로 미는 힘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2년간 보강 공사를 한 끝에 지금은 런던의 명물 중 하나가 됐다.
[만물상] 현수교·사장교
▶지난 3일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한 서해대교는 주탑과 상판을 케이블로 연결해 지탱하는 사장교(斜張橋) 방식이다. 
케이블이 끊어지면 교량 전체가 무너지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했다. 
케이블이 하나만 끊어졌으니 망정이지 세 개 이상 끊어졌으면 다리 붕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근래 들어 케이블이 끊어져 다리가 무너진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없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낙뢰에 의한 화재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낙뢰에 의한 사고로 밝혀질 경우 2005년 그리스 리온-안티리온 다리 사고에 이어 세계 둘째 사례다. 
서해대교처럼 다리가 길어지면서 주탑도 하늘 높이 솟아 앞으로 낙뢰에 의한 사고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것을 겪은 국민은 서해대교와 같이 케이블로 지탱하는 사장교·현수교들이 안전한 건지 
불안해하고 있다. 다리 안전이 국민적 스트레스가 됐다. 
"다리를 지날 땐 가급적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농담도 나온다. 
주탑 피뢰침이 왜 제 역할을 못했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우리나라에 사장교 방식은 인천대교 등 39개, 현수교 방식은 이순신대교, 남해대교 등 6개가 있다. 
서해대교 사고를 계기로 국내 대형 교량을 모두 점검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