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 관광객들은 이 강물을 따라가며 왈츠 속의 ‘괴로움에 허덕이는 그대’와 ‘젊고도 향기로운 그대’를 만난다. 오랫동안 동서 유럽을 잇는 문화의 젖줄이인 이 물길에서 ‘마치 광맥에서 빛을 발하는 황금’ 같은 기쁨을 얻기도 한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시작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거쳐 북해로 이어지는 라인강 유람선 투어도 장관이다. 유럽에서 가장 긴 볼가강을 비롯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지나는 네바강, 중국 충칭(重慶)에서 동으로 길게 흐르는 장강(양쯔강), 상하이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 황푸강 유람선은 또 어떤가.
대도시를 가로지르는 런던 템스강과 파리 센강 유람선도 낭만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이들 강의 너비는 우리 한강의 3분의 1, 4분의 1에 불과하다. 수도 한복판을 흐르는 강의 폭이 1㎞ 이상인 것은 한강과 이집트 카이로의 나일강 정도다. 한강에도 잠실~뚝섬~여의도 등에 관광유람선이 다니긴 하지만 런던이나 파리만큼 인기를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넓어서 오히려 휑한 데다 변변한 볼거리도 별로 없다.
서해와 한강을 잇는 뱃길 사업도 끊겼다. 그나마 인천~김포 구간의 아라뱃길 유람선을 여의도까지 연장 운항하자는 계획도 흐지부지됐다. 인천시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의 요청을 서울시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해에서 아라뱃길을 지나 한강 여의도까지 1000t급 관광 유람선을 운항하자는 제안인데 왜 그럴까. 더구나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이 찬성한다는데.
최근 보도를 보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듯하다. 환경 파괴 문제와 전임 시장의 사업이라는 것이다. 환경 문제라면 이미 한강에 700t급 유람선이 다니는 상황에서 1000t급이어서 안 된다는 논리는 와닿지 않는다. 여의도에 정박하지 않고 선유도와 밤섬 사이까지만 갔다가 회항하자는 제안에도 요지부동이다. 폭이 한강의 절반밖에 안 되는 북한의 대동강에도 1230명 정원의 3500t급 유람선이 다니지 않는가.
전임 시장 사업이어서 그렇다면 더 부끄러운 일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치수(治水)나 관광산업에까지 눈앞의 정치 논리를 갖다 붙여서야 어떻게 큰일을 하겠나.
고두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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