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는 아름다운 헤라를 어떻게 유혹했을까? 그는 그녀를 품고 싶은 욕정에 이끌렸지만 무턱대고 덤벼들지는 않았다. 헤라의 연민을 자극하기 위해 비 맞은 한 마리 애처로운 새끼 뻐꾸기가 되어 헤라의 창가에 날아들었다. 영리한 헤라는 거사를 치르기 전 결혼을 약속할 것을 맹세시킨다. 맘이 급했던 제우스는 결국 허락했고, 영원히 헤라의 손바닥에서 노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안니발레 카라치, 제우스와 헤라, 1597년
카라바조와 함께 이탈리아 초기 바로크의 2대 거장으로 알려진 안니발레 카라치가 그린 ‘제우스와 헤라’는 서양미술사상 통틀어 가장 섹시한 헤라를 그린 그림일 것 같다. 통상 헤라는 그다지 관능적인 여자로 묘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 그림은 제우스와 헤라의 상징물을 알지 못하면 그저 비너스와 큐피드가 있는 그림이라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제우스의 신조가 독수리고 헤라의 신조가 공작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 그림의 의미는 단박에 파악될 것이다.
그림 속 제우스의 얼굴 표정은 심각하리만큼 욕정으로 고조되어있는 반면 무덤덤한 표정의 헤라는 허벅지를 침대 끝에 둠으로써 제우스의 다리와 접촉하고 있다. 이미 반쯤은 그를 받아들인 것! 왼편 끝 큐피드의 손에 들려진 불번개(제우스의 무기)를 잊을 만큼 사랑놀음에 푹 빠진 제우스를 어찌 사랑스럽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