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 상황에서 6자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북핵의 무력화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북한은 그 장을 이용해 미국의 핵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4차 핵실험의 정당성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물론 국제적으로 핵보유국 인정을 받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과거 6자회담에서 익히 봐왔던 풍경이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6자회담을 통해 북핵을 막지도 못했고, 회담이 중단된 지도 8년이나 흘렀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질적으로 다른 게임이 펼쳐지는 이른바 ‘게임 체인지’ 국면이다. 북한은 핵무기의 소량화와 함께 수소폭탄까지 손에 쥘 태세다. 북한까지 참여하는 6자회담을 통한 핵 폐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3차 핵실험 때부터 6자회담 무용론이 제기된 이유다. 과거 한때 6자회담이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의 기대를 갖게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 폐기를 약속한 9·19 공동성명은 휴지 조각처럼 사문화된 지 오래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기는커녕 핵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면서 기습적인 도발까지 일삼고 있다.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또다시 위반하며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하고도 포괄적인 제재가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한은 보란 듯이 5차, 6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 뻔하다. 따라서 5자회담을 통해 강력한 대북 제재를 이끌어내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한다. 안보리 차원의 제재가 이전보다 훨씬 강도가 높아야 할 뿐만 아니라 후속 양자 제재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 중국은 미국이 제시한 안보리 제재 결의안 초안을 받아들고 자체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오는 27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북한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다. 중국이 송유관 파이프를 폐쇄하면 북한 경제는 무너지게 돼 있다. 박 대통령이 5자회담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이런 막대한 중국의 역할을 거듭 촉구하기 위한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다. 중국이 진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물론 독자적인 제재안까지 내놓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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