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는 살이 하나로 꿰어져 손잡이가 되고, 좌르륵 펴면 가지런히 펼쳐진다.
여기서 그는 '주역'의 이일만수(理一萬殊)를 읽었다. 하나의 이치가 만물 속에 저마다의 모습으로 간직되어 있다.
그러니 조병추달(操柄推達), 즉 자루[柄]를 꽉 잡고서 확장하여 어디든 이를 수가 있으리라.
그대가 지금은 품을 팔며 고단하나 이렇듯 공부에 힘쓰니 앞날이 크게 열리리라는 덕담이었다.
10년 뒤인 1563년에 김주가 변무사(辨誣使)로 다시 북경에 갔다.
하루는 한 재상이 사신의 숙소로 김주를 찾아왔다.
살펴보니 예전 '주역'을 외우던 그 품팔이꾼이었다.
김주의 격려에 고무되어 부채를 쥐고 공부해 과거에 급제해서 예부시랑이 되어 있었다.
그의 주선으로 종계변무(宗系辨誣)의 해묵은 숙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조병추달! 자루를 꽉 잡고 필요할 때 미루어 쓴다.
눈앞의 삶이 고단해도 뜻을 꺾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