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생활속사진

봄의 전령 '변산바람꽃'..수리산 자생지 '신음'

바람아님 2016. 3. 13. 23:58
뉴시스 2016.03.13. 10:25

봄을 맨 처음 알리는 토종 야생화 변산바람꽃. 봄의 전령답게 겨울의 끝자락에서 세찬 바람을 여린 줄기와 앙증맞은 꽃으로 맞닥뜨리며 봄을 알린다.

수도권에서 변산바람꽃을 볼 수 있는 경기도립공원 수리산 자생지가 출사족의 손을 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변산바람꽃은 한국 특산종이면서 개체 수 급감으로 위기종인 동시에 경기도에서는 식물보호종으로 등록돼 있다.


◇변산바람꽃 개체 수 급감

주말인 지난 12일 오후 2시. 안양시 만안구 병목안 시민공원을 지나 수리산을 오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변산바람꽃 자생지임을 알리는 작은 공원이 나왔다.

이곳에서부터 수리산으로 오르는 길 군데군데 변산바람꽃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크기에 여린 식물이어서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줄지어 선 출사족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바위 틈새에 핀 변산바람꽃을 향해 출사족의 카메라 플래시가 연방 터졌다. 이곳을 찾은 삼삼오오 행렬의 출사족은 각도를 잡기 위해 변산바람꽃 주변을 엎어지거나 누운 자세로 에워 쌓다.

변산바람꽃 연출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일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명이 손에 물음 담아 꽃 위에 뿌리기를 한참. 다른 일행은 연출하지 말고 그냥 찍고 자리를 양보하라는 것이었다.


다른 일행 중 한 명은 꽃 뒤에 이끼가 있는 돌을 갖다 놓고 꽃대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모두 연출을 위한 행동이다.

이처럼 일부 출사족의 무분별한 행동 탓에 꽃망울을 채 피우지 못한 변산바람꽃이 부지기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꽃잎이 찢기는 등 출사족의 손을 탄 것으로 보인 변산바람꽃은 어림잡아 10여 개.

수리산 변산바람꽃 자생지는 4~5년 전에 출사족의 입소문을 타면서 개체 수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모씨(52·수원)는 "이맘때 변산바람꽃을 보러 수리산에 온 지 7년 됐다. 4~5년 전 그 많던 개채수가 올해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며 "몇 년 전부터는 출입을 제한하던 공익요원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씨는 "나도 사진을 찍지만, 자생지 보호를 위해서는 격년제 시행이나 공익요원 배치 등으로 출사족의 출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몰지각한 출사족은 다른 사람이 찍지 못하게 꽃에 손톱자국을 남기는 등 훼손 사례를 자주 본다"고 혀를 찼다.

최북단 수리산에서 변산바람꽃이 목격된 것은 10년 정도 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이곳을 찾는 출사족은 평일 200~300여명, 주말 500~700여명에 달한다.


권보형 안양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출사족이 자생지를 밟으면서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한 변산바람꽃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곳 외에 주변 3개 지역에 자생지가 더 있는데 모두 훼손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일 오후 2시 안양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양숙정 상임회장, 방극안 녹색의제분과위원장, 권보형 사무국장 등 10여명은 수리산 변산바람꽃 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하고 곳곳에 플래카드 등을 내걸고 출사족의 주의를 당부했다.


◇변산바람꽃말 '비밀스러운 사랑'

높이는 약 10㎝이다. 산지의 햇볕이 잘 드는 습윤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땅속 덩이뿌리 맨 위에서 줄기와 꽃받침이 나오고, 꽃잎은 꽃받침 안쪽의 수술과 섞여서 깔때기 모양으로 솟아오른다. 꽃받침 길이는 3~5㎝, 너비는 1~3㎝이다.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데, 보통 우산처럼 생긴 꽃받침 5장이 꽃잎과 수술을 받치고 있다. 처음에는 꽃받침 끝이 위로 향하다가, 차츰 밑으로 처지면서 느슨하게 허리를 뒤로 젖히는 듯한 모습으로 바뀐다. 꽃받침은 6~7장이다.

2월에서 3월 사이에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에 쉽게 보기 어렵다. 워낙 추울 때 피고, 금세 져버려서 보기가 쉽지 않은 꽃이어서 '비밀스러운 사랑' 혹은 '덧없는 사랑'이란 꽃말이 붙었다고 한다.


꽃이 매우 앙증맞고 예쁘장해 관상용으로 심기도 하는데, 개체 수가 많지 않아 보존이 필요한 식물종이다.

학술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3년으로 당시 선병윤 전북대학교 교수가 변산반도에서 채집해 한국 특산종으로 발표하면서부터다.


남서부의 해안 쪽으로 주로 분포하며 주 생육지는 변산반도, 풍도, 한라산, 마이산 등지이며 설악산에서도 관찰된다.

바람꽃은 변산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궝의바람꽃 등 20여 종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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