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가슴으로 읽는 한시] 나루터에서 배를 다투다

바람아님 2016. 3. 20. 04:29

(출처-조선닷컴 2016.03.19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나루터에서 배를 다투다


발걸음이 금강 가에 이르렀더니
앞다퉈 건너는 이들 빼곡하구나.

무슨 일로 저렇게 서두는 걸까?
위험하고 뒤집혀도 아랑곳없네.

에라! 내버려두고 말 걸지 말자.
요로(要路)라서 뒤질세라 건너는 거겠지.

빈 배가 부딪치든 말든 놔두고서

저편 언덕에서 내려다볼 사람 어디 없을까?

觀競渡者有感


行到錦江上(행도금강상)
爭渡指如束(쟁도지여속)

不知緣底忙(부지연저망)
渾忘危且覆(혼망위차복)

且置勿復道(차치물부도)
要津人競逐(요진인경축)

誰能在彼岸(수능재피안)
任他虛舟觸(임타허주촉)


가슴으로 읽는 한시 일러스트인조 때의 시인 동강(東江) 신익전(申翊全·1605~1660)이 강을 

건너려다 만감이 교차하여 썼다. 

여행 중에 금강 나루터에서 배를 기다렸다. 작은 나룻배가 닿자 

행인들이 우르르 몰려 먼저 타려 다투었다. 

저러다 배가 뒤 집힐지도 모르는데 그런 위험은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저들에게 위험하다고 말해본들 소용이 없다. 

뒤처져서는 안 되는 인생에서 중요한 길목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모습 마치 관직을 놓고 사생결단 싸우는 정객들의 행태와 같다. 

강 건너 저편 언덕 어디쯤엔가는 누가 내려다보고 있을 것만 같다. 

빈 배[虛舟]가 와서 부딪쳐도 성내지 않고 빙그레 웃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