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3.19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나루터에서 배를 다투다 발걸음이 금강 가에 이르렀더니 무슨 일로 저렇게 서두는 걸까? 에라! 내버려두고 말 걸지 말자. 빈 배가 부딪치든 말든 놔두고서 | 觀競渡者有感 行到錦江上(행도금강상) 不知緣底忙(부지연저망) 且置勿復道(차치물부도) 誰能在彼岸(수능재피안) |
인조 때의 시인 동강(東江) 신익전(申翊全·1605~1660)이 강을
건너려다 만감이 교차하여 썼다.
여행 중에 금강 나루터에서 배를 기다렸다. 작은 나룻배가 닿자
행인들이 우르르 몰려 먼저 타려 다투었다.
저러다 배가 뒤 집힐지도 모르는데 그런 위험은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저들에게 위험하다고 말해본들 소용이 없다.
뒤처져서는 안 되는 인생에서 중요한 길목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모습 마치 관직을 놓고 사생결단 싸우는 정객들의 행태와 같다.
강 건너 저편 언덕 어디쯤엔가는 누가 내려다보고 있을 것만 같다.
빈 배[虛舟]가 와서 부딪쳐도 성내지 않고 빙그레 웃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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