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기자의 시각] 高성장의 기억은 毒

바람아님 2016. 3. 21. 18:55

(출처-조선닷컴 2016.03.21  손진석 경제부 기자)


손진석 경제부 기자 사진자동차를 몰다 보면 쾌속 주행을 하다가도 굼벵이 걸음을 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주변 차량의 흐름을 살펴야 알맞은 속도를 찾아갈 수 있다. 

성장세가 둔해졌다는 우리 경제도 다른 나라와 성적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IMF가 집계한 세계 189개국의 2015년 성장 지표를 전수(全數)로 봤다. 

우리보다 잘살면서도 더 빨리 달린 나라가 몇 개국인지 세어봤다. 

1인당 GDP가 우리보다 많고, 동시에 경제성장률도 더 높은 나라를 찾아봤다는 얘기다. 

그랬더니 스웨덴·아일랜드·아이슬란드·아랍에미리트·카타르·룩셈부르크까지 6개국이 전부였다. 

딱 봐도 소국(小國)들이다. 그중에 가장 큰 나라가 스웨덴인데, 우리 경제 규모의 35%에 불과하다. 

룩셈부르크는 4%, 아이슬란드는 1%에 그친다. 

작고 날렵하게 달리는 나라들이라 우리와 직접 비교할 상대는 아니다.

답이 나온다. 우리보다 1인당 GDP가 많으면서 경제 규모가 더 크고, 성장률도 더 높아 3박자에서 모두 앞서가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는 얘기다. 

근래에 우리는 갖가지 지표에서 뚜렷한 하향세를 그리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침체로 다른 나라들도 절름발이 주행 중인 건 

매한가지다. IMF 분류에 따른 37개 경제 선진국(advanced economy) 중에서 지난해 3% 넘는 성장을 기록한 나라는 

7개국에 그쳤고, 절반 가까운 18개국이 1%대 이하로 지리멸렬했다.

자화자찬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미래를 낙관하자는 것도 아니다. 

지금 수출 감소세는 뚜렷하고, 청년 실업률은 기록적이다. 

노동시장이나 교육 부문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강력한 구조조정이 없으면 일본식 장기 불황은 피하기 어렵다. 

구조적인 저성장의 초입에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대로 가다가는 날개 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이럴 때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어떻게 미래를 대처하느냐에 따라 낭떠러지까지 밀릴 수도 있고, 반대로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국가적 난제(難題)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다져야 할 시점이다. 

패배주의에 젖으면 내부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성적은 아직 낙제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보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머리를 쥐어뜯는 선진국이 많다. 

적어도 우리는 마이너스 기준 금리 같은 심폐소생술에 의존하는 지경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이제는 높은 성장세를 기대하기에는 몸집이 제법 커졌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작년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다. 

1980년대 '3저(低) 호황기'처럼 쾌속 질주하는 시절이 다시  도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때 우리가 환호했던 높은 성장 숫자들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게 낫다. 

지나친 향수(鄕愁)는 미래 준비에는 독(毒)이다. 

이제는 외형 성장보다 질적인 변화에 관심을 두고 건강한 체질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자꾸 절망을 얘기하다 보면 절망에 빨리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희망을 이야기해야 길이 보인다.